취업 우선·무관심·불신…외면받는 총학생회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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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우선·무관심·불신…외면받는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저조에 전남대 재선거…조선대, 이틀간 연장 투표
대학가 ‘민주주의 실종’ 우려…학생 스스로 관심 기울여야
2025년 12월 07일(일) 19:35
/클립아트코리아
광주 지역 대학 총학생회 선거철이 됐지만, 학생들의 외면으로 투표율이 저조한 상황이 올해도 반복됐다.

전남대는 온라인 투표를 도입하고 1시간 간격으로 투표 독려 문자를 반복 전송했지만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재투표를 앞두고 있고, 조선대는 최소 투표율 50%를 맞추기 위해 이틀 간 연장투표를 하는 등 투표율을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전남대는 8일 ‘2026년 전남대 학생회 선거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달 25일 온라인 투표로 선거를 치른 이후 선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1차 투표 당시 학생들은 카카오톡 알림톡을 통해 온라인 투표 링크 3개를 전달받고 총학생회장, 학과(부), 단과대회장 등 3명을 투표했다. 전체 재학생 1만 5087명 중 5470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 36.25%로 투표를 마무리해 전남대 선거 기준 투표율 33.3%를 겨우 넘겼다.

하지만 온라인 선거 과정에서 ‘OTP 인증(등록 명부에 대한 전화번호 인증)’ 절차가 적용되지 않아 학생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투표가 되는 시스템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절차적 문제가 확인돼 결국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전남대 학생처는 36% 수준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만도 쉽지 않았는데, 2차 투표에서도 그만한 투표율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난감해 하는 눈치다.

앞서 전남대 학생처는 1차 투표 당일 1시간 간격으로 전교생에게 투표 독려 문자를 ‘스팸 문자’ 수준으로 반복 전송하고, 학생들도 캠퍼스 곳곳에서 현수막, 합동연설, 카드뉴스 배포 등 갖가지 투표 독려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전교생의 3분의 1 수준의 투표율을 넘기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전남대는 과거에도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다 실패한 사례가 잦았다.

2020년에 치러진 ‘2021년 학생회 선거’에서는 ‘투표하면 선물을 준다’는 이벤트를 시행해 62.09%로 투표율을 높였지만, 금품 제공이 선거법상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보궐선거 투표율은 44.04%로 떨어졌다. 이후 전남대는 2021년 선거 시행 세칙을 개정해 개표 기준 투표율을 50%에서 33%로 낮췄다.

이후로도 전남대에서는 2022년 33.70%, 2023년 36.39%, 2024년 41.91% 등 매년 과반을 넘지 못하는 투표율이 반복됐다.

조선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선대는 개표 기준이 되는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 3년 연속 연장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대는 지난 2일 각 단과대학 정문에 투표소를 마련하고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를 실시했으나, 투표율이 37.36%에 불과했다. 조선대 선거 시행 세칙은 전체 유권자 중 과반수(50%) 이상 투표했을 때 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최대 15일동안 연장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결국 조선대 중앙선관위는 지난 3일까지 연장투표를 진행한 끝에 투표율 51.02%를 겨우 넘겼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다른 지역 대학도 비슷했다. 올해 치러진 학생회장 선거와 관련, 대구 경북대를 비롯한 전국 국립대 중 3곳이 총학생회가 꾸려지지 못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로는 대학생들은 취업을 우선시하고 있어 학생 자치기구에 큰 관심이 없고, 학생회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조선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선거 전부터 ‘투표 거부해라’, ‘투표 피하는 방법’ 등 선거 참여를 거부하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글들이 잇따라 게재되기도 했다. 현실성 없는 공약만 내놓는데다 대학생활에 별 영향을 받은 경험도 없고, 횡령 등 안 좋은 소식만 들려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학생 자치활동이 학내 참여 문화를 지탱하는 기반인 만큼, 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학생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없고, 학생회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등 학생 대표 기구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들 스스로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하나의 장이라고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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