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극예술’ 김우진 친필원고 국가등록문화유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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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극예술’ 김우진 친필원고 국가등록문화유산 됐다
국가유산청 ‘이영녀’‘난파’ 등 4편
“한국 문화·공연사에 중요한 자료”
2025년 12월 02일(화) 20:10
최근 김우진의 희곡 친필원고 4편이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됐다. 목포문학관 내 자리한 김우진관. <광주일보 자료>
극작가 김우진(1897~1926)은 조선 극예술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 ‘난파’, ‘산돼지’ 등은 우리의 문학사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자료들이다. 첫 표현주의 희곡이라는 가치 외에도 공연사에 남다른 지위를 갖는 작품들이다.

김우진의 친필 원고가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돼 눈길을 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김우진 희곡 친필원고’를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했다. 대표작 ‘두덕이 시인의 환멸’을 비롯해 ‘이영녀’, ‘난파’, ‘산돼지’ 모두 4편으로 김우진의 문학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왼쪽부터 ‘두덕이 시인의 환멸’, ‘이영녀’, ‘난파’, ‘산돼지’. <국가유산청 제공>
김우진은 장성 관아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목포로 이주해 성장했다. 그의 부친은 장성군수를 역임한 김성규이며 조부는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제관 역할을 했던 헌관(獻官)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유학을 가 와세다대학 예과에 입학했고 1924년 영문과를 졸업했다.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가풍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우진은 서구 사상과 문학에 빠져들었다. 사회주의에 관심을 보였는데 대학 때부터 연극에 몰입해 조명희 등과 극예술협회를 조직하고 활동했다.

그의 이러한 활동과 사상이 문학에 영향을 미쳤음은 불문가지다. 신파극이 성행했던 1920년대 실험극을 창작한 것은 김우진의 문학에 대한 열망, 경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도전의식이 남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에 등록된 자료들은 당시의 희곡의 경향을 탈피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작가적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근대극의 새로운 문을 펼치고자 했던 시대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먼저 ‘두덕이 시인의 환멸(두덕이 詩人의 幻滅)’은 일제 강점기 배경의 희곡이다. 자기모순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개화지식인의 내적 풍경을 날카롭게 파헤친 풍자극 성격을 띤다.

‘난파(難破)’는 유교적 가족구조와 근대라는 상충된 가치관이 부딪히는 과정을 조명한 작품이다. 젊은 시인이 무너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렸는데 일각에서는 자전적 성격의 작품이라는 평이 따른다.

다양한 기법들이 작품에 투영된 ‘산돼지(山)돼지’는 사회개혁적 의식을 몽환적으로 그렸다. 무기력한 자아의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다채로운 기법을 활용해 문학성을 높였다. 자연주의를 비롯해 상징주의, 표현주의를 차용한 점이 이목을 끈다.

조선 기층 여성의 삶을 구현한 작품도 있다. 1920년대 계몽과 교훈 위주의 신극을 극복하기 위해 창작한 ‘이영녀(李永女)’는 당대 여성의 고달픈 삶을 핍진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목포에서 활동하는 김경애 시인은 “김우진 극작가는 극예술의 선구자로 그의 대표 작품들이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됐다는 것은 그의 문학적 성취가 남달랐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그의 문학 작품들이 더 많이 연구되고 연극으로 각색돼 많은 독자들에게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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