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 정리수납 전문가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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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들, 정리수납 전문가로 거듭나다
농아인협 광주시 서구지회 교육 참여 7명 전원 2급 자격증 획득
서구청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등 방문 전문적 컨설팅 업무 담당”
2025년 11월 13일(목) 18:50
최근 정리수납 전문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박효진(왼쪽), 김정숙씨.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의 언어 수단은 ‘손’이다. 손으로 말하고 손으로 받아들이며 손으로 세상을 알아간다. 그들에게 손은 일할 수 있는 매개체가 돼 주기도 한다.

청각장애인들이 정리수납전문가가 됐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광주시 서구 지회가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진행한 ‘정리수납 전문가 2급 자격 취득반’ 교육에 참여한 청각장애인 7명 전원이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정리수납 자격증은 공간 활용과 수납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전문지식을 평가하는 민간 자격증으로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리체계를 설계하는 역량을 검증한다.

서구청이 추진하는 청각·언어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청각장애인들은 앞으로 서구 내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 정리수납 컨설팅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김정숙(여·65)씨는 한국정리수납 협회 강사의 정리수납 전문가 수업을 듣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공간을 재창조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등 손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변화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귀가 들리지 않아 20대 때 잠시 공장에 취직해 반복 업무를 했던 것 외에 직장을 가져본 경험이 없는 김 씨는 일주일 4시간씩 두달 간 수업을 듣고 정리수납 자격증을 획득했다.

김씨는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인생2막을 기대했다.

박효진(여·45) 씨는 7살 즈음 앓은 열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후천적 청각장애를 갖게 됐다. 7살, 9살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박 씨는 보청기를 끼면 상대 입모양을 보고 대화가 가능하고, 발음도 비교적 잘 돼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대화가 수월하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다.

두 달 전 농아인 협회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맡기 전까지 식당 홀서빙과 같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이 많았어요. 도전해 보고 싶은 자격증도 많았고 대형버스도 운전해 보고 싶었죠.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해도 수어통역을 허용하는 시험장이 거의 없어 불가능했고 아이들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을 만날 때면 괜히 위축되기도 했죠. 청각장애는 제 일상 속 많은 꿈들을 포기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번 자격증 취득으로 나도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서구지회 관계자는 “청각장애인들은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이라고 말했다.

청각장애는 지체장애, 신체장애 등 다른 장애에 비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종합복지관에 가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마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비장애인 사회에 낄 수도 없어 늘 소외된 느낌을 받아야 했다.

박씨는 “앞으로 청각장애인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많은 청각장애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일자리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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