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와 도시재난의 경고- 송창영 광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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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광주시는 계측 이래 최장기간의 가뭄으로 30년 만에 제한급수를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그 극심한 가뭄은 곧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장마와 집중호우로 끝이 났고, 그 폭우는 광주와 한반도 전역에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올해 여름, 광주는 다시 한 번 극한기후의 무서움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광주와 전남에 쏟아진 비는 기상청 예보의 5배를 넘는 ‘괴물폭우’였다. 광주에서만 무려 904건의 침수 피해가 접수되었고, 전남에서도 주택 386동이 물에 잠기며 가축 5만8천 마리가 폐사했다. 도심 곳곳의 상가와 주택, 도로가 흙탕물에 뒤덮여 상인들은 “삶이 멈춘 듯한 절망”을 토로했다. 좁은 하수관과 덮여진 빗물받이는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배수 기능을 상실했고, 도심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 속의 위기다. 예상하지 못한 강도와 빈도로 찾아오는 재난이 도심을 뒤흔든다. 이번 광주의 수해는 우리가 쌓아온 도시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산과 계곡이 많은 지형 위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빼곡히 덮인 도시에서는 빗물이 흡수될 틈이 없어, 결국 좁은 하수관으로 밀려들며 침수를 더욱 키웠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도심 곳곳에 수목과 잔디가 살아 숨 쉬는 공원과 중소규모의 저류지, 빗물탱크 등을 더 많이 만들어 빗물이 고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점점 거세지는 국지성 폭우의 강도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수관거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침수가 반복되는 저지대와 안전취약계층이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제적 재난 행정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빠른 도시화 속에서 새로운 위험을 키워왔다. 도시라는 공간은 인구 밀집,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 복잡한 구조라는 특성 때문에 기후변화와 맞물려 언제든 재난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 침수나 산사태에 그치지 않고 정전, 통신두절, 교통마비 등으로 도시 전체의 기능이 마비되는 ‘복합재난’으로 비화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짧은 기간에 지어진 대규모 건축물과 기반시설들이 노후화되어, 더 이상 ‘안전’이라는 믿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시민과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공유하며,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광주 역시 노후한 건축물, 취약한 저지대, 밀집된 인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재난 대응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물리적 시설만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위기관리 체계와 사회적 역량까지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재난의 예측과 대비, 대응과 복구의 전 과정에 과학기술을 접목하고,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와 시민 모두가 책임을 나누는 ‘재난 거버넌스’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 재난 거버넌스는 단순한 시민 동원이 아니라, 시민이 가진 경험과 지식, 관심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의제를 설정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초나이카이’처럼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방재활동에 참여하거나, 미국의 CERT처럼 시민 스스로가 훈련받고 서로를 돕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광주에는 이미 7만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46개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범시민 재난안전추진단’이 있다. 이들의 전문성과 임무를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민·관 거버넌스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 관리가 단순히 눈앞의 위기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래를 준비하고 예측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기초지자체와 공직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재난 행정과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재난 속에서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과 매뉴얼을 정비하고 예방과 대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정부, 지자체, 전문가, 시민이 함께 책임을 나누고 협력하며,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철저히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광주가 이번 수해를 계기로 반드시 만들어가야 할, 과학적이고 지속가능한 재난관리의 길이다. 그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지역사회, 그리고 멀리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광주와 전남에 쏟아진 비는 기상청 예보의 5배를 넘는 ‘괴물폭우’였다. 광주에서만 무려 904건의 침수 피해가 접수되었고, 전남에서도 주택 386동이 물에 잠기며 가축 5만8천 마리가 폐사했다. 도심 곳곳의 상가와 주택, 도로가 흙탕물에 뒤덮여 상인들은 “삶이 멈춘 듯한 절망”을 토로했다. 좁은 하수관과 덮여진 빗물받이는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배수 기능을 상실했고, 도심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우리 사회는 빠른 도시화 속에서 새로운 위험을 키워왔다. 도시라는 공간은 인구 밀집,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 복잡한 구조라는 특성 때문에 기후변화와 맞물려 언제든 재난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 침수나 산사태에 그치지 않고 정전, 통신두절, 교통마비 등으로 도시 전체의 기능이 마비되는 ‘복합재난’으로 비화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짧은 기간에 지어진 대규모 건축물과 기반시설들이 노후화되어, 더 이상 ‘안전’이라는 믿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시민과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공유하며,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광주 역시 노후한 건축물, 취약한 저지대, 밀집된 인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재난 대응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물리적 시설만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위기관리 체계와 사회적 역량까지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재난의 예측과 대비, 대응과 복구의 전 과정에 과학기술을 접목하고,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와 시민 모두가 책임을 나누는 ‘재난 거버넌스’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 재난 거버넌스는 단순한 시민 동원이 아니라, 시민이 가진 경험과 지식, 관심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의제를 설정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초나이카이’처럼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방재활동에 참여하거나, 미국의 CERT처럼 시민 스스로가 훈련받고 서로를 돕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광주에는 이미 7만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46개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범시민 재난안전추진단’이 있다. 이들의 전문성과 임무를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민·관 거버넌스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 관리가 단순히 눈앞의 위기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래를 준비하고 예측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기초지자체와 공직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재난 행정과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재난 속에서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과 매뉴얼을 정비하고 예방과 대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정부, 지자체, 전문가, 시민이 함께 책임을 나누고 협력하며,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철저히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광주가 이번 수해를 계기로 반드시 만들어가야 할, 과학적이고 지속가능한 재난관리의 길이다. 그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지역사회, 그리고 멀리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