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내려오는 차 막고 물에 빠진 사람 구하고…최악 폭우 속 빛난 ‘시민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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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내려오는 차 막고 물에 빠진 사람 구하고…최악 폭우 속 빛난 ‘시민 영웅들’
80대 이웃 3명 구한 문종준씨
물에 빠진 노인 구한 공업사사장
떠내려오는 차 막아낸 직원들
온라인에선 ‘생명의 은인 찾기’
2025년 07월 20일(일) 19:15
지난 17일 광주시 동구 소태동에서 최승일씨가 물에 빠진 노인을 구조하고 있다.
광주·전남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는 도중에도 현장에 뛰어들어 시민들의 목숨을 구한 ‘시민 영웅들’이 있었다.

문종준(49)씨는 지난 17일 오후 4시 30분께 광주시 북구 신안동에서 온 마을에 물이 차오르는 도중에 이웃집 80대 할머니 3명을 구조했다.

문씨는 집 안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대피하려던 찰나, 이웃집의 할머니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웃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먼저 옆 집의 대문을 두드려 잠을 자고 있던 할머니를 깨웠는데, 그 1분여 사이에 발목까지 찼던 물이 배꼽까지 차오르는 등 물이 생각보다 빠르게 불어나고 있었다.

마당에는 할머니가 수집 중이던 재활용품 깡통 더미가 물에 둥둥 떠서 어지럽게 들어차 있어 한 발짝 내딛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문씨는 인근 빈 집의 대문을 부숴 깡통을 빈 집으로 몰아넣어 통로를 확보한 뒤, 가스 배관을 잡고 급류를 헤쳐 가며 할머니를 집 안에서 빠져나오게 도왔다.

이후 다른 할머니가 집 안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집 철제 대문을 강제로 열어제껴 40~50여㎝ 공간을 만들었다. 문씨는 그 사이를 비집고 집 안으로 들어가 할머니를 업고 나와 대피시켰다.

이미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상황이었으나, 또 다른 인근 이웃집 할머니의 아들이 물살을 못 견뎌 하며 “거동을 못 하시는 어머니가 집 안에 갇혀 있다”고 외치는 것을 발견했다. 문씨는 주저없이 급류를 뚫고 해당 집 안에 들어가 할머니와 아들까지 들쳐 메고 물길을 헤쳐 나왔다. 이 할머니는 물에 잠긴 채 숨만 겨우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종준씨
문씨는 “보성에 계신 80대 어머니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하고,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시 동구 소태동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최승일(54)씨가 호우 현장에서 물에 빠진 어르신을 구조한 영상도 인터넷 등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에는 지난 17일 오후 5시께 최씨가 폭우로 물이 차오른 도로에서 갈라진 아스콘 틈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던 할아버지를 구조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할아버지가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오다 아스콘 틈에 끼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물살을 헤치고 할아버지에게 접근해 구조를 시도했지만, 할아버지의 두 다리가 아스콘 더미에 걸려 있어 빠지지 않는 상태였다. 더구나 물이 차오르면서 얼굴까지 물에 잠겨 숨을 쉬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

최씨는 우선 숨이라도 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나무 판자를 세워 물살을 가로막았으나, 이번엔 승용차 한 대가 물살을 타고 할아버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직원들이 달려들어 차량을 멈춰 세우고, 최씨는 공업사에서 쓰던 도구를 가져와 할아버지의 다리를 빼내 구조했다.

최씨 등은 할아버지를 공업사로 데려가 안정을 찾게 한 뒤 119 구급대에 넘겼다. 할아버지는 의식, 호흡 모두 정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우 현장에서 자신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을 찾는다는 인터넷 게시글도 올라왔다.

지난 18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생명의 은인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작성자의 아버지가 지난 17일 오후 4시 30분께 광주시 북구 신안동 신안삼거리에서 차량에 갇혔다가 흰 옷을 입은 젊은 남성 두 명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시글 작성자는 “급격히 불어난 물 때문에 차가 침수된 상황에서 수압 때문에 차 문이 열리지 않아 꼼짝없이 갇혀 있었는데, 젊은 남성 두 명이 차 문을 열어 줘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연락을 달라”고 썼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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