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주인공 꿈꾸는 신중년] “커피 좋아했을 뿐인데… 어느새 농장주로 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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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주인공 꿈꾸는 신중년] “커피 좋아했을 뿐인데… 어느새 농장주로 새 인생”
<13> ‘담양 커피농장’ 임영주 대표
언론사 사진기자로 30여년 재직 후 퇴직
케냐 커피 농장서 ‘핸드드립’ 매력에 빠져 입문
“세계 제일가는 국산 커피 만들겠다” 공부 매진
생육과정 숱한 시행착오…2017년에 농장 열어
원두 생산·체험 프로그램…‘담양 커피타운’ 조성 꿈
2024년 10월 14일(월) 08:00
“가장 좋아하는 것을 좇고 포기하지 않다 보니 제2의 인생을 살게 돼버렸습니다.”

은퇴 직전 누구나 노후에 대한 고민에 접어드는 시기. 커피와 사랑에 빠진 커피 농부가 있다.

담양군 금성면 ‘담양커피농장’ 대표 임영주(67)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커피 농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겪고, 좌절도 했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7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커피 사랑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언론사 사진기자로 30여 년을 일해온 임 씨는 은퇴를 앞두고, 방문한 케냐의 한 커피농장에서 ‘핸드드립’ 커피에 푹 빠지게 됐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바쁜 일상에 커피를 마시는 건 일상이었다”면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커피 믹스부터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까지 대부분 종류의 커피를 마셔왔는데, 케냐에서 직접 공정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시음해보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그 순간 커피 농장을 차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머리에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귀국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케냐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전문적인 자격증 공부 및 커피 농장 설립을 위한 철저한 준비에 나섰다. 그는 커피 농장 설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아파트 베란다에 20여 그루의 커피나무를 심고, 성장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며 공부했다.

나중에는 훌쩍 자란 커피 나무들 때문에 거실마저 커피 나무들에 내줘야 했지만, 그의 커피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이어 그는 미국을 방문해 향미 전문가 자격증(FMC)을 취득한 데 이어 이탈리안 바리스타 자격증도 획득했다.

지난 8월 지역민들이 커피 수확 체험에 참여해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그는 은퇴를 앞둔 지난 2013년 대규모 커피 농장을 설립하기 전 고향인 담양에서 165여㎡(50여 평)의 농지를 임대한 뒤 비닐하우스를 짓고 시험재배를 진행했다.

그의 커피 농장 설립기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철저한 시장 조사 또는 본인 역량 개발, 다양한 재배 경험 등을 통해 탄탄대로(坦坦大路)만 걸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기 과신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특히 그를 괴롭혔던 것은 ‘자연’이었다. 농사 등 1차 산업 종사자라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지만, 비닐하우스 외 커피 생육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별다른 노하우나 조력자가 없어 제때 대처하지 못해 대부분의 커피나무들이 추운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그는 보온 실패의 반복, 우박 피해 등으로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하우스 중앙에 알코올 난로를 설치하거나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등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등 농장 운영을 위한 초석을 닦았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5월 18일 커피 농장 사업자로 등록하고, 커피 농장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시험재배 기간 동안 커피나무들이 다 죽었을 때 방법을 찾기보다 포기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며 “‘도전정신’과 ‘자신감’이 중요하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조언했다.

수확을 마친 커피 열매.
그의 담양커피농장에서는 현재 3개 대륙 8종의 아라비카종 커피나무와 아열대 기후와 어울리는 야자수 등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1900여㎡(600평) 부지에 성목과 1~3년생 유묘를 모두 합쳐 2000그루 규모다. 커피 열매는 평균 3년 이상 자란 커피나무에서 맺히며, 담양커피농장의 커피나무에서 수확해 만든 대표 커피들은 ‘골드 캐슬(Gold Castle)’ 명칭을 붙이고 있다.

이는 농장이 위치한 금성면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등 해외 유명 커피들도 국가명과 지역명 순으로 나열해 네이밍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참고했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커피를 알고, 만들고, 마시는 과정에서 새로운 만남의 장이 열린다’는 철학 하에 국내 커피 문화 확산을 위한 체험 활동도 여럿 진행하고 있다.

도전! 나도 바리스타 체험활동에 참여한 지역민들이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커피 수확기인 5~8월에만 가능한 ‘커피수확체험’이 있다. 이 밖에도 체험자들이 직접 커피콩을 볶아 로스팅, 핸드드립 한 뒤 서로 비교 시음하는 ‘도전! 나도 바리스타’ 체험과 ‘드립Bag 만들기’, ‘농장투어’ 등은 누구나 좋아하는 활동들이다. 현재는 전국에서도 커피농장 체험활동으로 유명해져, 일 평균 3~4회의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언제든지, 누구든지 농장을 방문해 커피나무를 보고 사진촬영을 해도 좋다. 커피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충분히 설명드리겠다”며 “누군가 ‘자신만의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커피나무가 들어설 비닐하우스를 1동 더 마련하는 등 농장도 확장되고 있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 11일 임영주 담양커피농장 대표가 커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커피농장 일대를 ‘담양 커피타운’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인생 2막 최종 목표”라고 웃어보였다. 인근에 금성산과 영산강 등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고, 본인의 커피 농장과 인근 방앗간 등의 연계를 통한 베이커리 카페 입점 등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언젠가 담양하면 ‘메타세콰이어’와 ‘담양 커피타운’을 대표 관광지로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며 “커피나무가 대나무, 메타세콰이어, 배롱나무 등 담양에서 유명한 다양한 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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