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내란음모 옥고·작가회의 활동…현대사 굴곡 헤쳐온 故 송기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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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내란음모 옥고·작가회의 활동…현대사 굴곡 헤쳐온 故 송기원 작가
구도의 길 모색…마지막 작품은 ‘숨’
올해 1월 오월미술관서 시화전 열어
2024년 08월 04일(일) 21:00
최근 별세한 보성 출신 송기원<사진> 소설가는 평생 작품을 통해 구도의 길을 모색했던 작가였다. 또한 그는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회에 적극 참여했으며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고인은 말년에 해남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쳤다. 올해 1월에는 강대철 조각가와 함께 오월미술관에서 시화전 ‘그대가 그대에게 절을 올리니’를 열기도 했다.

당시 그는 “전시를 위해 잘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도 그렸다. 시화전의 시들은 일반적인 시가 아니라 잠언의 형식과 연관된 짧은 시들이다”며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런 주제의식을 담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전에 세상의 상처와 치부 등을 탐미적인 문장, 구도적인 서사로 풀어내는 작품을 지향했다. 마지막 장편 ‘숨’(마음서재)은 백혈병으로 먼저 딸을 떠나보낸 화자가 수행법과 명상을 통해 상실의 고통 등을 극복하고 평온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 그는 ‘작가의 말’에서 “아비보다 먼저 딸이 이승을 떠나고, 그렇게 집을 떠나 부유하듯 돌아다닌 시간이 10년 가까이 된다”며 “인연이 되어 책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면, 한두 번이 아니라 열 번, 백 번을 펼쳐서 그이들 깊은 곳에 못 박힌 고통까지 녹아나게 되기를”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47년 보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재학 시절(1967년) 광주일보(옛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 후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소설이 당선돼 문단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청산’, ‘안으로의 여행’ 등과 시집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 등을 펴냈다.

고인은 작가회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회에도 적극 참여했으며, 회원들과 함께 김지하 시인 석방을 촉구하는 ‘문학인 101인 선언’을 발표했다.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렀으며 1985년 ‘민중교육 필화사건’으로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송 작가는 문학 외에 명상과 수묵화에도 관심은 물론 조예가 깊었다. 요가와 명상을 통해 수행의 시간을 가졌고 지난 2022년에는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선정, 그 깊고 아득한 순정의 세계’라는 주제로 전시를 연 바 있다.

한편 김준태 시인은 “송기원 작가는 베트남전 참전, 김대중내란음모 옥고, 민족작가회의 활동 등 현대사의 굴곡을 헤쳐 오며 개성적인 작품활동을 펼쳐왔다”며 “오랜 벗이자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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