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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정희원·전현우 지음
행복한 도시와 건강한 이동에 관한 본격 탐구
2024년 05월 17일(금) 00:00
교통·철학 연구자 전현우(서울시립대 자원과학연구소 연구원)는 하루 3~4시간을 들여 인천과 서울을 통근한 적이 있다. 가속노화 방지를 연구하는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아산병원 임상조교수) 역시 한 때 왕복 4시간을 장거리 출퇴근 한 경험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이 오래된 기억들을 바탕으로 공부를 이어갔다. 철학자는 자신의 일상을 지배해 버린 교통 지옥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도시와 철도를 분석했고, 의사는 하루 일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동시간을 어떻게 하느냐가 건강과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교통지옥에 갇힌 도시생활자의 기쁨과 슬픔’은 ‘이동’의 문제에 공감한 두 사람이 9가지 주제로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저자들은 한 사회의 이동 시스템은 그 사회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삶을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각자가 겪는 출퇴근 길에서 출발해 ‘이동할 권리를 위하여’, ‘환상을 파는 자동차 산업’, ‘잃어버렸던 걷기를 찾아서’, ’철도, 결핍에서 찾는 희망’, ‘기후 위기 속 이동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들은 ‘건강한 이동’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 도시민의 건강을 위해 대중교통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 자동차와 대중교통에게 납치된 걷기를 위한 답은 무엇일까, 거대도시의 모형은 왜 도시민들을 가속노화의 악순환으로 몰아넣는가 등에 대해 분석하고 결국 우리가 이 거대도시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

현대사회에서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늘어나고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은 줄어드니 만성적인 이동의 고통에 시달리며 건강은 서서히 악화된다. 정희원은 의학적 관점에서 사람의 이동성은 삶 그 자체라며 사람의 성장과 발달, 노화와 노쇠, 죽음은 이동성의 궤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대중적 교통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통문제가 해결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지수가 낮아질 것이며, 예방할 수 있는 질환도 훨씬 많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람들의 이동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한다면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등 기후위기에 시대에 대한 대비책으로도 의미가 있다. 전현우는 개인의 평소 이동을 살펴보면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이 보인다며 자동차 없이 살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 동네 차 없는 날’을 만들어 보는 등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시도하며 고민을 계속해 나가자고 말한다.

책 마지막에는 ‘우리의 이동은 왜 지옥 같을까?’를 주제로 한 두 사람의 대담이 실렸다.

<김영사·1만7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