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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모든 순간 - 안홍배 지음
천문학자의 삶을 통한 우주로의 여행
2024년 05월 17일(금) 00:00
게성운(M1), 안드로메다 은하(M31), 솜브레로 은하(M104), 크리스마스트리 성운(NGC2264), 생쥐은하(NGC4676)….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성운·성단과 은하가 보석처럼 박혀있다. 18세기 천문학자인 메시에, 허셜이 이를 일일이 정리해 목록을 만들었다. ‘메시에 목록’은 총 110개, ‘GC목록’은 5000개(나중 추가해 7840개의 NGC로 개칭)에 달한다. 또한 허셜은 은하 관측을 통해 우주 모형을 제시했다. 이처럼 은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우주론이 탄생했다.

은하 관측천문학자 안홍배 부산대 명예교수는 “20세기 중반에 태어나서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된 것은 축복이다”고 말한다. ‘어느 봄날 화성을 보기 위해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마주친 밤하늘의 신비로움’ 때문에 40년 이상 은하와 함께 하며 천문학을 연구하게 됐다. 저자는 신간 ‘은하의 모든 순간’에 대해 “은하를 연구하는 학자의 삶을 따라가며 우주의 신비를 함께 나누려는 의도로 쓰였다”고 밝힌다. 1부 ‘발견의 시대’부터 7부 ‘천문학의 질문들’에 이르기까지 7개 장(章)으로 나눠 독자들을 경이로운 우주의 숲으로 안내한다.

1부 ‘발견의 시대’는 미국 천문학자 슬리퍼의 의미 있는 은하연구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1913년 나선은하(NGC4594)가 회전하는 천체이고,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암흑물질 발견과 르메트르와 허블의 ‘대폭발(빅뱅) 우주론’과 ‘팽창 우주론’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팽창하는 우주는 특별한 중심이 없다.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만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모든 사유는 의미가 사라진다”라고 우주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한다.

서울대 천문학과 1회 졸업생인 저자는 한국 천문학 연구의 발자취도 함께 소개한다. 1978년 구경 61㎝의 반사망원경을 갖춘 국립 소백산천문대 건립에 따라 외부 은하 관측연구가 본격화됐다. 해발 1357m의 연화봉에 자리한 천문대에 가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배낭에 측광기기를 냉각하기 위한 드라이 아이스와 컴퓨터 등을 짊어지고 2시간 30분 동안 산길을 걸어야 했다.

유럽우주국(ESA) 유클리드 망원경(가시광선)과 NASA 허블우주망원경(근적외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NIRCam으로 각각 확대 촬영한 오리온 자리 말머리성운(왼쪽부터). /연합뉴스
또한 저자가 일본 기소천문대에서 수행한 막대은하 연구 에피소드를 통해 천문학자의 학문적 열정을 엿볼 수 있다. 팔로마천문대에서 큰곰자리의 M81 초신성(SN1993J) 스펙트럼을 최초로 관측하는 대목은 천문학자의 희열이 오롯이 느껴진다. 2000년 미국 프린스턴대를 중심으로 진행된 ‘슬론디지털천구탐사’(SDSS) 컨소시엄에 참여해 6000개의 은하를 육안으로 분류하고 특성을 분석했다.

“천문학의 발달로 우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우리가 모르는 물질과 에너지로 우주가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가히, 지식의 암흑시대다.”

독자입장에서 우주론은 흥미롭지만 무척이나 어렵게 여겨진다. 저자는 우주배경복사와 암흑물질, 상대성이론, 중력렌즈 등을 통해 독자들을 현대 우주론의 심연으로 이끈다. 무엇보다 평생 은하 연구에 헌신해온 원로 천문학자의 학문 열정은 여전히 빛난다.

“돌아보니 은하로 이루어진 우주는 인류문명이 진화해온 방식과 사뭇 유사하다. 우리 문명이 어디를 지향하는지도 비추어볼 수 있을까?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그래도 평생 은하를 연구하며 알게 된 게 아주 없지는 않다. 은하세계의 유유상종을 엿본 것은 학습의 백미다. 또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학자에게 정년은 없다.” <위즈덤하우스·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