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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남궁인·손원평 외 3명 지음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
2024년 05월 04일(토) 14:00
한국 사회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글을 쓰는 동인이 있다. 소설가 장강명의 제안으로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다. 규칙은 이런 것들이다.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 등도 모두 우리 시대의 노동으로 본다. 수십 년 전이나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쓴다.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판타지를 쓰지 않는다.

지난해 나온 첫 권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 2023’에는 장강명, 정진영 등 11명의 글이 실렸다. 책에는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의 직원, 농원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현장실습생,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 건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최근 출간된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에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 참여했다.

표제작인 임현석의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노동 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제목부터가 사람을 끌어당긴다. 주인공은 화장품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 영업부에서 일하는 ‘진영’. 본사의 이익을 극대화화는 방향으로 가맹점주들과 관계를 맺어가던 그는 유일하게 본사 욕을 하지 않는, 세상물정 모른 채 전혀 잘 될 것 같지 않은 장소에 새롭게 점포를 연 선영을 만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최유안의 ‘쓸모 있는 삶’에 등장하는 프리랜서 통역가 ‘나’는 한국 출산율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인 런던 방송국의 현지 코디네이터로 일하게 된다. 다큐팀 매니저 역할까지 하며 열심히 통역을 하던 ‘나’는 어느 날 감독이 취재 내용을 각색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되고, 완성본을 받아본 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정아은의 ‘두 친구’는 남편이 직장을 잃는 바람에 가장이 돼 간호조무사로 일하게 된 ‘지현’의 이야기다. 병동에서 우연히 신경질적인 환자를 만난 지현은 그가 언제나 사람을 끄는 에너지를 발산해왔던 중학교 동창 ‘승미’임을 눈치채고, 인터넷을 통해 승미의 삶에 닥친 불행을 확인하게 된다.

그밖에 남궁인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는 지방 방송국에 공채로 입사했지만 프리랜서로 계약돼 일하는 여성 아나운서 ‘지민’의 하루를 통해 방송인들의 낯선 모습을 보여주며 천현우의 ‘빌런’은 코인 투자를 했다 사기를 당한 삼수생 백수의 현실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책에서는 또 복어 전문점에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이정연의 ‘등대’, 자신의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던 혜심이 부동산 사기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손원평의 ‘피아노’, 식물관리 일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한은형의 ‘식물성 관상’이 실렸다.

<문학동네·1만6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