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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 광주서 ‘붐’
5·18 광주 ‘영화 이상의 의미’
애국·민주주의 돌아보는 영화
10대~노령층 관람객도 다양
화 다스리는 마음의 준비 필요
SNS에 ‘심박수 챌린지’ 인기
2023년 11월 30일(목) 20:25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쿠데타에 앞서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라며 군 관계자 등에게 으름장을 놓는 모습.
상영 8일차를 맞은 지난 29일 기준 전국 누적 관객수 271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이 광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날 기준 광주시 영화관 87개 스크린에서 총 309회가 상영됐고, 누적 관객수도 9만 9110명에 달했다. 개봉 이후 광주지역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광주 지역민들에게 이 영화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영화는 5·18의 가해자인 전두환 신군부가 12·12군사 쿠데타가 벌어진 1979년 12월 12일 오후 7시부터 13일 새벽 4시까지 9시간 동안 정권을 찬탈하는 과정을 각색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5·18민주화운동 피해 당사자= 12·12군사쿠데타가 없었다면 전두환이 광주시민을 학살하는 5·18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5·18로 가족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5·18 피해 당사자들에게 영화 ‘서울의 봄’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인물들의 대다수가 5·18의 직접 가해자라는 점에서다.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은 “전두환이 반란을 일으키고 정권을 잡는 과정이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 역사를 몰랐던 이들도 인상 깊게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면서 “특히 영화에서 12·12를 ‘반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군부세력은 자신들에게 강력히 저항한 광주를 향해 총칼을 들이밀었지만 광주는 5·18로 끝까지 저항했다”고 말했다.

양재혁 공법단체 5·18유족회장은 “영화에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 쿠데타 세력이 결국 5·18 당시 광주에서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가해자들”이라면서 “대다수 핵심인물들이 이미 사망했지만 영화를 통해 그들의 불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그러면서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이 영화를 꼭 관람하고, 개인적인 소회를 밝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5·18부상자동지회초대회장은 ‘서울의 봄’은 “140분 가량의 러닝타임 속 애국이 무엇인지 보여줬던 영화”라며 “당시의 ‘하나회’ 조직은 오늘날의 부패한 정치권력과 다를 바 없다. 단순 영화의 흥행에서 그칠 것이 아닌 앞으로의 대한민국 미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두광이 군내 사조직(하나회)을 동원해 반란을 일으키고, 이를 막기 위해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과 진압군들이 일촉즉발 격돌하고 있다.
◇ 역사 영화, 그 이상의 의미=광주에서는 서울의 봄 관객층이 10대부터 노령층까지 다양하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서영(여·21)씨는 “5·18 관련 영화는 본적 있지만 본격적으로 전두환이 정권을 잡았던 12·12에 대한 내용을 영화로 접한 건 처음”이라면서 “역사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치열했던 만큼 평온한 여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극중에서도, 오늘날에도 마냥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영화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이진영(여·47)씨도 “광주사람으로서 ‘서울의 봄’은 역사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12·12 당시 쿠데타가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5·18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영화 속 쿠데타를 멈출 수 있었던 순간들마다 화가 났다”고 회상했다.

광주시 동구에 사는 정병모(43)씨는 “5·18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의 시민으로 상영 첫날인 22일 회사 퇴근 후 늦게 영화관을 갔지만 영화관의 많은 좌석이 꽉 차 있었다”면서 “관람객들도 10대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특히 어르신들은 중요 장면마다 한탄을 하면서 관람했다”고 말했다.

12·12 전사자 김오랑 소령을 모티브로 한 오진호 소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 분노 게이지 상승…심박수 챌린지도= 개봉 이후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심박수 챌린지’가 SNS에서 퍼지고 있다.

영화를 보면 심박수가 점점 올라간다는 것이 챌린지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관람객들은 심박수를 잴 수 있는 스마트워치 등을 차고 영화를 보고 높은 심박수를 인증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게시글에서는 영화 속 ‘분노의 순간’마다 심박수가 점점 올라가 상영 전 90BPM에서 시작해 영화가 끝난 후에는 심박수가 160BPM까지 치솟았다는 인증사진까지 올라오고 있다.

국방부장관이 신군부 세력에 이끌려 다니며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 전두환 사조직인 하나회 세력에 무력화되는 장태완(극중 이태신 역할)수도경비 사령관의 모습, 최규하 대통령이 정승화 참모총장(극중 정상호 역할) 체포 동의안에 서명하는 모습 등 쿠데타에 동조하는 인물들의 모습 등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지수가 오르고 분노가 올라온다는 것이 챌린지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챌린지 참여자들은 “화가 나서 영화 보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보는 내내 답답함과 먹먹함으로 눈물을 쏟았다” 등의 평을 내놨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