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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어선 전복 사고] 건조 1년도 안된 배…침수 신고 7분만에 급격히 침몰
사고 원인 미스터리…파고 높지 않고 암초도 없어
생존자 “10분만에 기관실 물 가득”
짐들 엉켜 선미 선원들 못 빠져나와위치발신장치 브이패스 작동 안해
2023년 02월 05일(일) 19:50
5일 오후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의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해 목포해경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안=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지난 4일 신안군 임자도 해상에서 전복돼 9명이 실종된 통발어선 ‘청보호’는 응급조치가 불가능할 만큼 빠르게 침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보호는 건조된지 1년도 안된 어선이라는 점과 사고 당일 파고와 날씨 등 기상요건이 나쁘지 않았고 사고 지점에 특별한 암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고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목포해경에 따르면 첫 침수선박 신고는 4일 밤 11시 19분께 접수됐으며, 이후 11시 26분께 단 7분만에 “선박이 전복되고 있다”는 후속 신고가 접수됐다.

생존자 또한 선원들이 침수 사실을 파악했을 때 청보호는 이미 손쓸 수 없이 빠르게 침수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직접 만난 생존자 유모(48)씨는 “4일 밤 11시께 청보호는 어청도 남쪽 해상에서 어장을 배에다 싣는 작업을 마친 뒤 추자도 쪽으로 항해 중이었다”면서 “당시에는 별다른 충돌음이나 충격 없이 순항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밤 11시 20분께 기관장이 기관실에 물이 차고 있다며 모든 선원들을 불렀는데, 이 때는 이미 기관실에 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기관장은 일부 선원들과 함께 기관실로 가 물을 퍼내려 했지만, 전기 시설이 먹통이 되면서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선원들은 대부분 선장이 있는 선미 쪽에 몰려 있었는데, 배가 45도 이상 기울어지자 이들은 선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유씨는 설명했다.

선내 통발·어장 작업에 필요한 짐들이 뒤엉켜있는데다, 선미 쪽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합판으로 막혀있었다는 것이다. 5일 현재 아직 선미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구조되지 않았다.

청보호는 지난해 4월 진수한 배로, 건조한지 1년도 안 돼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청보호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이용해 항해 중이었으며, 항로를 이탈하거나 이상 증세를 보이진 않았다는 것이 해경 설명이다. 인근 해역은 파고 0.5~1m 수준으로 파도가 높지 않았으며, 날씨도 맑아 뚜렷한 외부 위험요소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위치는 수심 25~30m 수준으로 특별히 암초가 많은 지역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또 생존자들과 해경은 선내·외에서 외부 충격으로 인한 파손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철 목포해양경찰서장이 5일 목포시 산정동 목포해양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신안 어선 전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안=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침수 당시 브이패스(V-pass) 경보도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브이패스는 출항·입항 신고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어선위치발신장치인데, 선체에 강한 충돌이 감지되는 등 사고 발생 시 인근 경찰서 상황실 및 파출소로 경보를 보내주는 기능도 있다.

해경은 배가 전복된 이후에도 별도의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보호에 브이패스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브이패스를 꺼둔 채 AIS만 켜고 항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선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때 청보호의 구조적인 문제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생존 선원들은 평소에도 청보호에 침수가 반복됐고 출항 당시에도 배에 기우는 이상 현상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않아 엔진이 있는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고 출항 직후에도 물이 새는 현상이 있었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대로 운항했다는 것이다.

한 생존 선원은 “출발했을때부터 배가 좌측으로 기우는 이상이 있었고 배가 5도 정도 기울어 기관장에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청보호를 인양해 구조적인 부분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으로선 사고 원인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안=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신안=이상선 기자 ss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