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통보 후 대화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13년을 같이 산 아내를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이승철)는 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2)씨의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7일 새벽 5시30분께 여수 산정동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아내 B씨(39)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통보한 아내를 찾아간 A씨는 아내가 차 문을 잠그고 대화를 거부하자 벽돌로 차 유리창을 부순 뒤 아내를 끌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반항하는 아내의 얼굴을 때리며 자신의 차에 태웠지만 아내가 “사람 살려”라고 소리치자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두르고 구호조치도 하지 않은 채 야산으로 도망갔다 붙잡혔다.

1심에서 A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치사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3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정황,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원심의 형은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잔혹해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면서 “사망한 B씨가 느낀 극도의 공포와 고통은 섣불리 가늠할 수 조차 없을 것이다. A씨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유족들에게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조차 없었고, 피해자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