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7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관계가 근래 악화된 것은 일본 정부가 전범기업에 대한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면서 이를 자국 정치에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단체는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과 자산 압류 결정 직후 일본 정부가 자행한 2019년 7월 보복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한 것도 아니고,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해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상태”라며 “전범기업은 사죄도 하지 않고 배상도 하지 않고 대화마저도 뿌리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가 법원의 전범기업 자산 매각 결정(현금화) 전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하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단체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부터 2박 3일간 일본을 방문하며 내놓은 발언 등을 두고는 ‘대일 저자세 외교’라고 비난했다.

박 장관은 하야시 일본 외상, 기시다 총리와 만나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양금덕(94)·김성주(94)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행 거부로 인해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자산(상표권 등) 매각 여부를 가를 대법원 결정 전 어떻게든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해결책’을 제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우리 측의 해법 제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단체는 “박 장관의 발언은 돌이킬 수 없는 외교적 참사”라며 “일본의 억지 주장을 반박하기는 커녕 피고(전범) 기업에 손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시정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국 외교수장으로서 할 말인가”라고 직격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