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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현실에 투신한 반나치 시민의 용기와 양심
히틀러에 저항한 사람들
쓰시마 다쓰오 지음, 이문수 옮김
2022년 06월 23일(목) 19:20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 ‘발키리’는 ‘1944년 7월20일 사건’으로 불리는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의 전모를 다룬 영화다. 소형 시한폭탄으로 히틀러를 암살하고 쿠데타를 기도한 이 사건의 결과 7000명이 체포되고, 200여명이 처형됐다. 반나치 저항운동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이 사건을 주도한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나치 저항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히틀러에 대한 암살 계획과 실행 미수는 40건이 넘는다.

뮌헨 대학의 학생이었던 숄 남매를 중심으로 한 ‘백장미 그룹’ 은 전쟁 중이던 1942년 이후부터 유대인 및 점령지 주민의 대학살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히틀러 체제 타도를 기도했지만 핵심 조직원들 모두가 처형되고 만다.

‘히틀러의 탈주병-배신인가 저항인가, 독일 최후의 터부’ 등을 쓴 일본 서양사학자 쓰시마 다쓰오의 ‘히틀러에 저항한 사람들-반나치 시민의 용기와 양심’은 히틀러를 지지하는 ‘압도적 다수’ 속에서 나치즘에 맞섰던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보편적인 질문에 진지하게 응답하고 행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나치 독일’은 나치당과 히틀러 치하에 있던 1933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을 일컫는다. 12년에 불과한 나치 집권기 동안 히틀러는 인기있는 지도자였다. 독일 국민은 국내에 수백 개의 강제 수용소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유대계 주민들에 대한 박해를 용인했다. 마침내는 집시 50만명과 함께 유럽의 유대계 주민 600만명을 말살한 홀로코스트로까지 발전했지만 히틀러에 대한 지지는 계속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종·장애 차별과 전쟁, 홀로코스트에 반대하며 반나치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알려질 수 없을 뿐더러 아무에게도 알릴 수도 없는 고독한 현실에 투신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타인의 강요가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행동했다. 그들을 버티게 해 준 것은 스스로의 책임으로 결단을 내리고 위험한 일을 기꺼이 떠맡은 의지 바로, ‘시민의 용기’다.

책은 히틀러에 저항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야하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과 탈주병 지원, 히틀러 타도를 위한 행동으로까지 나선 ‘에밀 아저씨’ 그룹,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막기 위해 히틀러를 제거하려했던 노동자 출신의 암살자 게오르크 엘저와 용기 있는 군인들, 나치 독일 이후의 새로운 독일을 구상했던 ‘크라이자우 서클’ 등이다.

책은 저항운동 이후를 살아가는 유족들의 이야기도 다룬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반역자 가족’이라는 낙인을 감내한 가족들은 역사의 산 증인이 되었다.

책은 원서에서 언급하지 않은 내용도 각주를 통해 충실히 소개하고 있으며 연표를 비롯한 각종 자료들도 풍부하게 담았다.

<바오·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