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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김수엽 지음
2022년 04월 29일(금) 21:00
“봄이면 어김없이 초록이 찾아온다. 학창시절 짜장집 동생으로 살아가며 주말바다 책가방 대신 철가방을 들었다. 내 시가 짜장면처럼 시커멓고 부끄럽다. 우리 엄마가 남겨준 그 빛나는 숨소리 고스란히 내 몸속에서 날마다 움직인다.”

전북 완주 출신으로 중앙일보 연말 장원(1992)과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수엽 시인. 그가 이번에 발간한 ‘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는 기억에 대한 소묘다.

시인이 ‘지은이의 말’을 통해 밝힌 대로 그의 뇌리에는 “눈물과 웃음 그리움의 잔해”가 남아 있다. 얼핏 옛 시절 흑백 사진 속의 풍경과도 같은 모습은 정겹기도 하고 가슴 한 켠을 싸하게 짓누르기도 한다.

시인의 작품에는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 소담하게 담겨 있다. 잔잔하지만 결코 정적이지 않는 단단한 울림은 오랫동안 연마해온 시조에 대한 열정에서 기인한다.

“너의 눈빛 나의 눈빛/ 한 점으로 부딪칠 때/ 그 순간 숨이 멎고 손바닥에 땀이 나면/ 이런 게/ 사랑이라고 내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대 앞에 눈 감아도/ 한꺼번에 안기는 마음/ 손잡으면 체온들이 두딪쳐서 뜨거운 몸/ 목젖이/ 꼴깍거리며/ 마른침을 삼킨다…”

표제시 ‘등으로 안을 수 없다’는 그리움과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다. 정밀한 언어의 직조와 압축미 이면에 드리워진 정서는 시인의 시적 지향을 보여준다.

한편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시인은 생명 있는 것들이 어울리는 고요한 화음(和音)을 들으면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존재 증명의 기운을 강렬하게 느끼도록 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 ‘역동의 고요’를 통해 언어를 넘어선 ‘빛나는 숨소리’를 듣게 된다”고 평했다.

<상상인·1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