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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건축가 “아파트 공화국 속 내 정체성 드러내는 집 찾아야”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삶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간’ 강연
‘영끌’ 대출로 주택 구입 혈안
세계 최고 아파트에 살아도
답답함 느끼는 건 부족함 때문
19일 강연은 양궁 3관왕 안산
2021년 10월 14일(목) 07:00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고 집을 사는 시대, 집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김주원 건축가가 지난 12일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서 ‘삶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간’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건축가는 연세대 주거환경학, 홍익대 대학원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후 연세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MBC 프로그램의 ‘신동엽의 러브 하우스’ 건축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현재 (주)하우스스타일의 대표로 활동중이다.

김 건축가는 “보통 ‘집 짓기’를 주제로 한 강연은 집을 짓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땅은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등 실무적인 이야기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신만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집’이라는 것은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지어왔던 것이에요. 누구나 집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집’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김주원 건축가가 지난 12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그는 이날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 ‘장소와 관계맺기’, ‘스스로를 드러내기’, ‘시대의 거울, 변화하는 삶’ 등 네 가지 소주제에 대해 들려줬다.

먼저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에서 그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인류는 협력과 연대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이야기한다”며 “이러한 협력과 연대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집’이다”고 설명했다. 불을 피운 흔적이 있는 곳을 집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데, 사냥감을 구해서 요리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을 통해 연대와 협력의 기술을 습득했다는 것이다. 또 ‘집’은 휴식을 취하고, 살아가는데 힘을 얻고, 가족구성원간의 유대를 확인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유대를 느끼지 못할 때 우리는 겉돌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소와 관계맺기’에서는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를 비교하며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자연에 순응하는 삶,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추구한 반면 이탈리아 등 유럽의 나라들은 자연을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힘으로 제압하며 발전시켜야 하는 존재’로 여겼다는 것이다. 김 건축가는 이 같은 내용을 5~600년 전 지어진 영국의 한 마을을 시작으로 르네상스 시기 도시계획에 따른 이상도시 팔마노바, 성주 한개민속마을, 영국 건축가 그룹 아키그램의 플러그 인 시티 등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꼬르뷔지에, 알바 아알토 등 모더니즘 거장들이 생전에 지었던 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스스로를 드러내기’에서는 “집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어떤사람인지 알 수 있다”며 “집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세기에 활동한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침실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를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이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으로서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고산 윤선도가 머물렀던 완도 보길도 세연정과 우암 송시열이 벼슬을 그만둔 후 은거했던 암서제를 비교하며 두 인물의 성격과 삶을 유추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시대의 거울, 변화하는 집’에서는 공적 영역인 사랑채과 사적영역인 안채로 나뉘어진 한국의 주택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집을 공유하는 은혜공동체협동조합주택 등을 보여주며 시대에 따라 변화한 주거모습을 설명했다.

그는 “아파트 공화국에 우리의 집은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아파트는 세계 최고의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어요. 더 이상의 좋은 평면도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집이 아무리 좋아도 밖으로 나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고의 집에 살면서도 답답함을 느끼고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무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리 좋은 집이어도 여전히 집은 땅과 지역에 속해있고, 공동체의 삶과 맞닿아있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시대는 무엇을 요구하고, 세상에 대해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생각하다 보면 나만의 집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연은 오는 19일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리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에 등극한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강연자로 나선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