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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2021년 08월 19일(목) 23:00
때는 1952년 포르투갈 리스본. 작은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오로지 생계만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파트 1층에 사는 구두장이 실베스트르와 마리아나 부부는 빈방에 세입자를 들이기로 결정한다. 옆집에는 권태기에 젖은 카르멘과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에밀리우 폰세카 부부, 여섯 살짜리 아들 엔리키뇨가 살고 있다.

1층의 실베스트르 부부 집에 들어온 세입자 아벨 노게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어떤 가치도 두지 않고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젊은 시절 사회주의적 이상을 좇아 행동했던 실베스트르는 고통을 겪었지만 여전히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눈 먼 자들의 도시’의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사후 유일한 유고작 ‘스카이라이트’. 섬세하고 간결하게 인물을 묘사하고 진부한 상황에서도 심오함과 보편성을 찾아내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자신만의 본능만을 지침으로 삼고 페소아, 셰익스피어, 에사 드 케이로스, 디드로, 베토벤을 즐거운 친구 삼아 임대 아파트 주민들로 이루어진 소우주를 주목한다.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후반 리스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살라자르의 독재는 아직 끝나지 않아서 그의 그림자가 사회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작품에서 그려지는 가정은 온상이 아니라 지옥의 상징이다. 인물들은 냉정한 현실보다 꾸며낸 외관에 관심을 둔다.필라르 델 히우 주제 사라마구 재단 회장은 “작가가 이미 이곳에 존재하지 않게 된 뒤에도 우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남겨둔 선물”이라고 말한다.

<해냄·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