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제한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관련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피해자·가족들 입장에서는 국가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배상을 받기까지 사실상 3심까지 가는 지리한 소송전을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점을 감안, 관련 소송과 국가 배상 규모가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소송 낭비와 피해자 가족들의 심적 부담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5·18 민주화운동’ 피해를 일괄 배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들은 570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5·18보상법)에 따라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 보상 심사를 통해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들로, 이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액은 2510억 9700만원이다. 한명당 4400만원이 안된다.

유형별로는 5·18당시 사망 161명, 부상 후 사망 113명, 행방불명 78명, 부상 2504명, 연행·구금과정에서 부상 1217명, 연행·구금 1610명, 기타 62명, 재분류 62명 등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들의 국가를 상대로하는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5·18민주화운동 당시 구속당해 부상을 입은 5명이 지난 2018년 12월 처음으로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만큼 이들 재판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시 소송을 제기하면서 광주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했었다.

5·18 보상법(16조 2항)은 5·18 피해자가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규정한다. 재판상 화해는 판결이 확정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어 피해자는 더 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데 이들은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광주지법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2019년 5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었다.

광주지법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피해자측 변호사를 통해 재판 재개를 위한 기일지정을 신청토록 요청했다.

변호인측은 6월 중으로 기일을 정해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추가 소송도 준비중이다. 이미 80여명의 피해자들이 변호사들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현재 진행중인 손해배상 사건을 비롯, 모든 소송을 피해자·가족들이 배상을 받아내기까지 2년 가까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소송을 전담하는 고검이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항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3심까지 가는 지리한 소송전을 버텨내야 하는 셈이다.

오월 단체 안팎에서는 이같은 점을 들어,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국회는 신속한 후속 입법을 통해 위헌조항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5·18민주유공자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