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해 본 다이어트가 없어요.” 비만 수술 상담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말이다. 과거 한 방송에서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한 여성 출연자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보여주며,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보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비만은 게으름과 의지 박약의 결과물로 치부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물만 마셔서 살이 찌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몸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Homeostasis)이 존재한다. 일시적인 체중 증가를 넘어 비만에 걸리게 되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우리 몸은 스스로 호르몬 변화를 통해 공복감을 증가시키고 포만감을 감소시켜 원래 상태로 되돌려 버린다. 요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비만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고혈압, 2형 당뇨, 수면무호흡증, 관절 질환, 비알콜성 지방간, 위식도 역류, 고지혈증, 심근병증, 관상동맥 질환 등 많은 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비만 자체가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질병은 조절하거나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런 잘못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몸의 세팅을 바꿔 비만을 치료하는 것이 비만 수술이다. 게다가 이 수술법은 2형 당뇨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 이미 당뇨병 진료 지침에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분류하고 비만과 당뇨 치료를 위한 수술 효과가 인정되어 2년 전부터 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의 비만 수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경향이 강하다. 비만 수술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는 가족이나 주변으로부터 ‘운동으로 살을 빼야지 수술로 살을 빼려 한다’는 비난과 만류로 수술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당뇨 치료를 위해 다니던 병원의 의사까지도 수술을 말렸다고 하니 인식의 변화가 얼마나 느리고 힘든 지를 실감하게 된다. 더불어 전신마취나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은 비만 수술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 수년 전 유명 가수가 비만 수술 후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경험한 우리에겐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많이 시행되는 비만 수술은 ‘위소매술’과 ‘위우회술’이다. 과거에 많이 유행했던 위밴드술은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3% 정도만 시행되고 있다. 위소매술은 위 용적을 줄이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위우회술은 위 용적을 줄이고 호르몬도 변화시키며 소장에서의 흡수까지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위우회술은 수술 후 체중 감소는 더 많지만 합병증률이 조금 더 높고 위암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한 신중한 수술 방법의 선택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이 두 가지 수술의 합병증은 발생 가능성이 낮은 편이며, 혹시 생기더라도 경험 있는 의료진과 충분한 장비가 갖춰진 병원에서라면 적절히 대처할 수 있으니 막연히 비만 수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다.

비만은 만병의 원인이며, 하나의 질병이다. 질병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비만 환자도 비만 수술을 통해 건강한 상태의 몸을 요요 없이 유지할 수 있다. 비만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며,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