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선을 긋고, ‘지방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힘을 실어주면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사면론을 첫 제기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대통령의 의중이 알려지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 반면, 지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게는 힘이 실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긍정적인 평가에 따라 이재명 지사의 관련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전날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정부 재난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경우 지역 차원에서 말하자면 보완적인 그런 부분은 지자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혀,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인 이 지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선두 자리를 굳혀가자 여권 내에서 ‘무게 추’가 흔들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이른바 ‘공관 정치’로 의원들과 접촉면을 대폭 늘리는 모습이다.

박정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권칠승·김철민·소병훈·정춘숙·민병덕·양기대 의원 등 경기지역 국회의원 7명은 지난 18일 경기지사 공관에서 정책 당정회의를 가졌다.

박정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례적으로 경기도와 회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도당과 광역단체장의 정례 당정회의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 지사의 위상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비공개적으로도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 당 지도부는 취약·피해계층 선별 지원은 방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지자체별로 판단하되, 보편적 재난지원금의 경우 코로나19 3차 유행이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자체에 따라 동원할 수 있는 재정 여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지역별 형평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까지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의 입장은 지자체의 자율권을 존중하되 방역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자는 것으로, 대통령 기자회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당의 의견을 존중하며, 방역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의 집행 시기와 지급대상, 지급 수단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오광록 기자 kroh@·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