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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 교도소 한번 찾아오지 않았어요”
외국인 피고인의 ‘법정 하소연’
2020년 10월 21일(수) 00:00
“판사님, 변호사가 한 번도 (교도소 접견) 오지 않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지난 15일 광주지법 301호 대법정. 중국어 통역인을 통해 피고인 A(54)씨 하소연을 듣던 형사 1부(부장판사 박현) 항소심 재판부는 당황한 듯 했다. 재판부가 선고를 끝낸 뒤 상고절차 등을 안내하고 재판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A씨가 중국어로 “제 개인 통장에 있는 돈으로 배상하겠다는 말을 여러번 했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통역인에게 항변하면서다.

재판부는 중국어로 하소연하는 A씨 말을 통역인에게 전달받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물었다가 “변호사가 한 번도 (교도소를) 찾지 않았다”는 답변에 순간 당황한 듯했다. A씨는 상고 절차를 안내받자 “상고하더라도 (이런 방식이면) 똑같이 이뤄질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재판장은 “담당 변호사에게 찾아가라고 하겠다”며 A씨를 내보냈다.

A씨 하소연대로라면 글로벌 시대임에도, 법정에서 외국인의 재판 받을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인식될만하다. A씨는 국선전담변호인이 지정됐었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피고인들을 위해 법원이 무료로 변호사를 찾아주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국선전담변호인은 법원에서 정해진 보수를 받으며 국선 사건만 담당한다. 광주지법에는 7명이 있으며 광주고법은 1명의 국선전담변호인을 두고 있다.

A씨는 중국 국적 외국인으로, 절도와 주거침입,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이날 항소심 선고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나왔다.

A씨는 지난 5월 8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 B씨 집에 들어가 현금 950만원을 갖고 나오는가 하면, 5월 11일에는 아무도 없는 곡성군 C씨 집에 들어가 3200만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었다.

60~70대 노인들인 피해자들은 경찰관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현금 인출 우려가 있으니 현금을 찾아 집 전화기 옆에 두고 경찰관이 갈테니 집 밖에서 기다리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에 속아 거액을 놓고 집을 비웠다가 피해를 입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개인·사회적 폐해가 심각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고 피해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1심 형량(징역 2년 6개월)도 통상적인 양형(징역 3년)에 견줘 무겁지 않은 점을 들어 “항소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한편, 광주지법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A씨에게 지정된 외국인 통역인이 국선전담변호인 접견에 통역으로 참여했다며 제출한 서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