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남도 한 바퀴] 천년고찰·땅끝…해남 가을여행서 코로나 시름 잊는다
![]() 도솔암은 달마산 능선 암봉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잡고 있다. |
◇대흥사 십리숲길과 ‘물소리길’=대흥사는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천년고찰이다. 대흥사로 들어가는 숲길은 호젓하다. 한여름 짙은 초록빛을 이뤘던 나무터널 빛깔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매표소에서 대흥사앞 주차장까지 거리는 2㎞. 예로부터 풍광이 수려한 이 길은 ‘십리숲길’, 또는 봄날이 오랫동안 머문다고 해서 ‘장춘(長春)숲길’로 불렸다. ‘구곡유수(九曲流水)’, 아홉 구비에 9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대흥사까지 계곡을 오른편에 끼고 ‘물소리길’을 따라 걷는다. 해탈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니 대웅보전이 해체보수 중이어서 임시로 법당을 옮겨 놓았다.
대흥사 가람배치는 일반 절과 다르다. 절을 가로 지르는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에 건물들을 배치했다. 개천 남쪽에 해당되는 남원(南院) 구역 천불전을 향한다. 출입문인 가허루(駕虛樓)의 멍에처럼 둥글게 휘어진 문턱이 인상적이다. 꽃무늬로 장식된 천불전 문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천불전에 모셔진 천불상은 경주산(産) 옥돌로 6년에 걸쳐 만든 것이다. 안내판에 ‘1817년 (3척의) 배에 나눠 싣고 오던 도중 (한 척의 배가) 부산앞바다에서 태풍을 만나 일본 규슈로 표류하게 됐고 이듬해 대흥사로 돌아와 봉안됐다’고 적혀있다. 4년마다 천불상을 노란 새 가사(袈裟)로 갈아입힌다고 한다.
가허루 왼쪽 비탈에는 ‘사랑나무’ 두 그루가 서있다. 500여년생 느티나무 두 그루 뿌리가 이어진 ‘연리근’(連理根)이다. 아쉽게도 개울건너편 북원(北院)에 자리한 대웅보전은 해체 보수공사(1차)가 한창이었다. 공사기간은 오는 12월말까지 이다.
추사 김정희의 ‘무량수각’(无量壽閣)과 원교 이광사의 ‘대웅보전’(大雄寶殿) 편액에 얽힌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대흥사내에서 추사와 원교를 비롯해 창암(蒼巖) 이삼만, 정조 등 당대 명필들의 글씨를 찾아볼 수 있다. 대웅보전 입구 ‘침계루’(枕溪樓) 편액은 원교 이광사, ‘가허루’ 편액은 창암 이삼만, 임진왜란 때 승병대장으로 활약한 휴정(서산대사)와 제자 유정(사명당)·처영 등 영정을 봉안한 사우(祠宇) 표충사(表忠祠) 편액은 정조의 글씨이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두 명필의 글씨에 대해 “쉽게 말해서 원교체는 손칼국수의 국숫발 같고, 추사체는 탕수육이나 난자완스를 연상케 하는 그런 맛과 멋이 있다”고 평가했다.
절에서 나오는 길, 숲길에 심어진 주황색 꽃들이 눈길을 끈다. 꽃과 잎을 동시에 볼 수 없다는 특산식물 ‘백양꽃’이다. 이리저리 꽃들을 옮겨 다니는 제비나비를 보며 ‘코로나 19’의 시름을 잊는다.
◇사계절 꽃과 식물의 위로, ‘포레스트 수목원’=‘코로나 블루’ 해소에는 식물이 적격이다. 초록의 빛깔과 생명력이 우울한 감정을 위로해 주는 듯하다. 지난해 6월 개원한 ‘4est 수목원’(www.4est수목원.com)은 ‘수국정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건영·이경애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숲을 뜻하는 ‘포레스트’(Forest)와 별(Star), 기암괴석(Stone), 이야기(Story), 배울거리(Study) 등 4개의 ‘St’를 즐길 수 있는 수목원을 의미한다.
수목원은 대둔산(해발 673m) 서쪽 산자락 구수골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20여개의 구역으로 나눠 수국정원과 사초정원, 상사화원(꽃무릇), 분홍꽃정원, 구절초원, 다알리아원, 편백숲 등을 조성했다. 사계절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때가 때인지라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열체크를 한 후 입장을 해야한다. 입구에는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 일화에서 착안한 ‘네루다의 종’이 설치돼 있다. ‘(네루다가 듣고 싶어 했던 고향의 소리만큼) 다시 찾아오고 싶은 수목원으로 만들겠다’는 주인장의 의지 표현이다.
200여 품종이 국내 최대 규모인 2만1000㎥(6350평) 면적에 식재된 수국원은 6~7월에 장관을 이룬다. 사초과 40여 품종이 1만㎥(3000평)에 심어진 사초원은 9~10월이 적기이다. 먼지털이개같은 머리숱을 곧추세운 ‘팜파스그라스’ 모습이 이채롭다. ‘핑크 뮬리’ 또한 9월 하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수목원 보행로 곳곳에 액자틀을 한 포토 존을 조성해놓아 사진 찍기에 좋을 듯 싶다.
관람시간은 오전 8~오후 7시(동절기 오후 5시). (해남군 현산면 봉동길)
◇고색창연한 미황사와 ‘달마고도’=육지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한 미황사는 마음이 절로 가는 고찰이다. 달마산 준봉을 배경으로 삼아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절집은 고색창연하다. 대웅보전(보물 제 947호)의 빛바랜 단청마저 더욱 고찰의 맛을 자아낸다. 화장기없이 수수하지만 볼수록 눈길이 간다. 대웅보전과 뒤편 응진당(보물 제1183호)은 1751년 상량(上樑)된 건물이다.
이채롭게도 대웅보전 주춧돌에는 게와 거북 등 바다생물이 새겨져 있다. 석공은 어떤 생각을 품고 돌에 생명체의 숨결을 불어넣었을까? 이에 대해 바닷길을 통해 불교가 유입됐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요즘은 ‘달마고도(달마산 둘레길)’를 걷기 위해 미황사를 찾는 도보 여행객들이 많다. 달마고도는 달마산(해발 489m)을 중심으로 미황사에서 시작해 큰바람재~노지랑골~도시랑골~물고리재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트레킹 코스이다. 총길이 17.7㎞ 4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6시간 30여분이 소요된다.
서둘러 도솔암으로 향한다. 날이 저물기 전 도솔암을 가기 위함이다. 도솔봉 중계탑 아래 차를 두고 800여m, 15~20분 가량 오솔길을 타야한다. 도솔암은 의조화상이 미황사를 창건하기 전 수행했던 암자라고 전해온다. 정유재란때 울돌목(鳴梁) 해전에서 대패한 왜군에 의해 불타버린 것을 2002년에 목자재와 흙기와 1800여장을 인력으로 운반해 32일 만에 복원했다고 한다.
암자는 바위 틈새 축대위에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다. 기둥에는 ‘아침햇살 장엄하게 동쪽바다에 떠오르고(朝光莊嚴東海出)/ 밤경치 고요한데 바다 속에 달이 있네(夜景寂精海中月)’라는 주련(柱聯)이 걸려있다. 마침내 바다위로 해가 진다. 시나브로 바다가 붉게 물들고, 바다에 흩뿌려진 섬들의 실루엣은 더욱 짙어진다. 장엄, 그 자체이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 ‘비대면’ 해남 답사여행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에서 마무리한다. 눈앞에는 밤바다가 펼쳐져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끝은 시작의 다른 이름이다. 시작은 희망이다. 땅끝에서 ‘코로나 19’를 뛰어넘어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해남=박희석 기자 dia@kwangju.co.kr
대흥사 가람배치는 일반 절과 다르다. 절을 가로 지르는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에 건물들을 배치했다. 개천 남쪽에 해당되는 남원(南院) 구역 천불전을 향한다. 출입문인 가허루(駕虛樓)의 멍에처럼 둥글게 휘어진 문턱이 인상적이다. 꽃무늬로 장식된 천불전 문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천불전에 모셔진 천불상은 경주산(産) 옥돌로 6년에 걸쳐 만든 것이다. 안내판에 ‘1817년 (3척의) 배에 나눠 싣고 오던 도중 (한 척의 배가) 부산앞바다에서 태풍을 만나 일본 규슈로 표류하게 됐고 이듬해 대흥사로 돌아와 봉안됐다’고 적혀있다. 4년마다 천불상을 노란 새 가사(袈裟)로 갈아입힌다고 한다.
![]() 대흥사 사랑나무 |
추사 김정희의 ‘무량수각’(无量壽閣)과 원교 이광사의 ‘대웅보전’(大雄寶殿) 편액에 얽힌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대흥사내에서 추사와 원교를 비롯해 창암(蒼巖) 이삼만, 정조 등 당대 명필들의 글씨를 찾아볼 수 있다. 대웅보전 입구 ‘침계루’(枕溪樓) 편액은 원교 이광사, ‘가허루’ 편액은 창암 이삼만, 임진왜란 때 승병대장으로 활약한 휴정(서산대사)와 제자 유정(사명당)·처영 등 영정을 봉안한 사우(祠宇) 표충사(表忠祠) 편액은 정조의 글씨이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두 명필의 글씨에 대해 “쉽게 말해서 원교체는 손칼국수의 국숫발 같고, 추사체는 탕수육이나 난자완스를 연상케 하는 그런 맛과 멋이 있다”고 평가했다.
절에서 나오는 길, 숲길에 심어진 주황색 꽃들이 눈길을 끈다. 꽃과 잎을 동시에 볼 수 없다는 특산식물 ‘백양꽃’이다. 이리저리 꽃들을 옮겨 다니는 제비나비를 보며 ‘코로나 19’의 시름을 잊는다.
![]() 포레스트 수목원 목수국. |
수목원은 대둔산(해발 673m) 서쪽 산자락 구수골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20여개의 구역으로 나눠 수국정원과 사초정원, 상사화원(꽃무릇), 분홍꽃정원, 구절초원, 다알리아원, 편백숲 등을 조성했다. 사계절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때가 때인지라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열체크를 한 후 입장을 해야한다. 입구에는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 일화에서 착안한 ‘네루다의 종’이 설치돼 있다. ‘(네루다가 듣고 싶어 했던 고향의 소리만큼) 다시 찾아오고 싶은 수목원으로 만들겠다’는 주인장의 의지 표현이다.
200여 품종이 국내 최대 규모인 2만1000㎥(6350평) 면적에 식재된 수국원은 6~7월에 장관을 이룬다. 사초과 40여 품종이 1만㎥(3000평)에 심어진 사초원은 9~10월이 적기이다. 먼지털이개같은 머리숱을 곧추세운 ‘팜파스그라스’ 모습이 이채롭다. ‘핑크 뮬리’ 또한 9월 하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수목원 보행로 곳곳에 액자틀을 한 포토 존을 조성해놓아 사진 찍기에 좋을 듯 싶다.
관람시간은 오전 8~오후 7시(동절기 오후 5시). (해남군 현산면 봉동길)
![]()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 문양. |
이채롭게도 대웅보전 주춧돌에는 게와 거북 등 바다생물이 새겨져 있다. 석공은 어떤 생각을 품고 돌에 생명체의 숨결을 불어넣었을까? 이에 대해 바닷길을 통해 불교가 유입됐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 달마고도 힐링축제 |
서둘러 도솔암으로 향한다. 날이 저물기 전 도솔암을 가기 위함이다. 도솔봉 중계탑 아래 차를 두고 800여m, 15~20분 가량 오솔길을 타야한다. 도솔암은 의조화상이 미황사를 창건하기 전 수행했던 암자라고 전해온다. 정유재란때 울돌목(鳴梁) 해전에서 대패한 왜군에 의해 불타버린 것을 2002년에 목자재와 흙기와 1800여장을 인력으로 운반해 32일 만에 복원했다고 한다.
암자는 바위 틈새 축대위에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다. 기둥에는 ‘아침햇살 장엄하게 동쪽바다에 떠오르고(朝光莊嚴東海出)/ 밤경치 고요한데 바다 속에 달이 있네(夜景寂精海中月)’라는 주련(柱聯)이 걸려있다. 마침내 바다위로 해가 진다. 시나브로 바다가 붉게 물들고, 바다에 흩뿌려진 섬들의 실루엣은 더욱 짙어진다. 장엄, 그 자체이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 ‘비대면’ 해남 답사여행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에서 마무리한다. 눈앞에는 밤바다가 펼쳐져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끝은 시작의 다른 이름이다. 시작은 희망이다. 땅끝에서 ‘코로나 19’를 뛰어넘어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해남=박희석 기자 di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