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령화인구비율 최고인 ‘초고령사회’ 전남이 노인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시스템인 ‘노인보호구역’ 지정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고령화인구비율은 23.3%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가장 높은 초고령사회(고령화인구비율 20%)에 진입했음에도 전남도의 노인보호구역 지정률은 전국 꼴찌로 노인 보호를 위한 안전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지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남도 내 노인복지시설 수 대비 노인보호구역 지정율은 11.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전남도내 노인의료복지시설·노인복지관·노인생활체육시설·노인주거복지시설은 총 436곳이지만 불과 49곳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전남이 노인보호구역 지정율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데 반해, 충남(18.9%)은 고령인구비율이 전남보다 크게 낮음에도 노인보호구역 지정율이 116.3%나 돼 대조를 이뤘다.

이와 함께 전남도의 장애인보호구역 지정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도내에서 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이 가능한 장애인거주시설이 65곳이 되지만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광주는 노인보호구역 지정율은 40.63%로 8대 대도시 가운데 네번째였다. 전국 평균 26.17%보다는 높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노인보호구역의 지정은 시설 기관장이 시장·도지사 등에게 신청할 수 있으며, 기관장의 신청이 없더라도 안전상 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할 경우 시장·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보호구역 주변 도로의 통행 속도가 제한되고 횡단보도 설치 및 주차가 불가능해지는 등 보행자의 안전성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교통 전문가들은 먼저 노인보호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인식수준이 미흡하고,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주·정차에 어려움이 있어 상인들과 주민들이 꺼려하는 것이 지정율 저하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의원은 “지자체와 경찰청은 노인보행자의 사고다발지역 및 노인이용시설 등 생활권 영역의 도로 주변에 사각지대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 개선해야 한다”며 “노인과 장애인의 보호구역을 법으로 제한된 시설 이외에 야외활동 시설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노인보호구역의 경우 홍보가 잘 안돼, 신청 여부를 모르는 기관장들이 많다.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지정을 유도하고 있다”며 “매년 노인보호구역을 20곳씩 늘리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