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시집을 펴내는 것을 밀린 숙제를 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편이자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깊은 내면의 몸짓”일 터였다.
광주 출신 김은우 시인. 이번에 4년 만에 세 번째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시산맥)를 펴냈다. 지난 1999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을 하고, 거의 10여 년만인 2008년도에 첫 시집을 냈다. 이후 8년이 지난 2016년에 두 번째 시집을 내고, 4년만인 올해 또 하나의 작품집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시집 출간 소식을 전해오는 시인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차분했다. 현재 광양에 거주하는 터라, 전화를 통해 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쓸쓸하고 슬픈 것들을 소재로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소외된 자들이나 주목받지 못한 존재들을 응시하고, 나아가 이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로 만들고 싶었죠.”
시인은 자연 감성과 서정성을 토대로 부패한 삶의 현장을 직시한다. 코로나로 어떤 전망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특유의 예리한 촉수로 들여다본다. 어찌보면 시인이란 잠수함 속의 토끼와도 같은 존재다. 소설 ‘25시’를 쓴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는 토끼가 잠수함 속의 위기를 알리듯, 문인은 글을 통해 세상을 고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우 시인의 이번 시집의 제목 ‘눈을 감았다’는 다분히 사회비판적인 사유가 담겨 있다. 모더니즘적인 감수성과 표현으로 묘사한 시들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며 지쳐 간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울음의 빛깔’이라는 작품에서도 시인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녀의 울음빛깔을 귀로 본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뭇잎을 귀로 은유한 것인데, 4계절을 겪으며 낙엽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죠. 우리네 인생도 자연현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죠. 살면서 겪는 의롭지 않은 일들을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일 겁니다.”
현재 시인은 광양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에서 태어나 한때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IMF를 전후해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광양으로 내려가게 됐다.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손이 잡히지 않은 데다 “대인기피증에 걸려서 은둔 생활을” 할 정도였다. 시인은 아침 일찍 뒷산에 오르며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사람들은 아픈 가운데 좋은 글이 나온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보냈습니다. 많이 아파 모든 걸 체념하며 통증과 함께하는 삶을 그렇게 받아들였죠.”
첫 시집을 내자 지인들이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도 몸도 아프고 생활도 여유가 없어 혹여 “시를 놔버리지 않았나”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는 끝까지 시를 놓지 않았다. 풀무가 쇠를 단련하듯, 고통은 창작의 열정을 지피는 기제가 되는 법이다. 어려운 시기에 더더욱 창작에 몰입했다. 광양과 순천에서 활동하는 시인들끼리 ‘시몽’이라는 동인을 결성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세 번째 시집까지 낸 지금은 “마음을 비워서인지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었다”고 한다.
시인은 천성적으로 유약한 기질을 타고 난 듯 했다. “유년 시절 외로움도 많이 탔다”는 말에서 혼자만의 자기세계를 만들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와 그리고 어머니,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늘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 들길을 걷거나 나물을 캤다”는 거였다.
“여고 시절 ‘여학생’이라는 잡지에 일기문을 투고했는데 그게 실리면서 막연히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논픽션 공모에 온갖 상상을 다해 쓴 글을 투고했던 적도 있어요.”
문학의 열정은 이후로도 지속되었다. 한때는 등단을 위해 광주 문학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고인이 된 조태일 시인의 수업이 기억이 남는다.
“쉬는 시간에 제 시가 광주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라갔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제 시를 기억하시더니 당선작으로 밀었다며 웃더라구요. 헌데 다른 심사위원이 다른 작품을 고수하는 바람에 당선이 되지 못했다며,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말씀을 하더라구요.”
시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점차 시를 멀리하는 세태이지만, 쉽게 읽히며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쓸 계획이다. “인간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시만큼 중요한 장르도 없다는 생각이다.
“제게 시란 매혹 그 자체입니다. 보편적이면서도 특수성을 지닌 대상이기도 하구요. 언젠가 도착하게 될 길의 시작이며 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광주 출신 김은우 시인. 이번에 4년 만에 세 번째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시산맥)를 펴냈다. 지난 1999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을 하고, 거의 10여 년만인 2008년도에 첫 시집을 냈다. 이후 8년이 지난 2016년에 두 번째 시집을 내고, 4년만인 올해 또 하나의 작품집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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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연 감성과 서정성을 토대로 부패한 삶의 현장을 직시한다. 코로나로 어떤 전망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특유의 예리한 촉수로 들여다본다. 어찌보면 시인이란 잠수함 속의 토끼와도 같은 존재다. 소설 ‘25시’를 쓴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는 토끼가 잠수함 속의 위기를 알리듯, 문인은 글을 통해 세상을 고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우 시인의 이번 시집의 제목 ‘눈을 감았다’는 다분히 사회비판적인 사유가 담겨 있다. 모더니즘적인 감수성과 표현으로 묘사한 시들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며 지쳐 간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울음의 빛깔’이라는 작품에서도 시인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현재 시인은 광양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에서 태어나 한때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IMF를 전후해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광양으로 내려가게 됐다.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손이 잡히지 않은 데다 “대인기피증에 걸려서 은둔 생활을” 할 정도였다. 시인은 아침 일찍 뒷산에 오르며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사람들은 아픈 가운데 좋은 글이 나온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보냈습니다. 많이 아파 모든 걸 체념하며 통증과 함께하는 삶을 그렇게 받아들였죠.”
첫 시집을 내자 지인들이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도 몸도 아프고 생활도 여유가 없어 혹여 “시를 놔버리지 않았나”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는 끝까지 시를 놓지 않았다. 풀무가 쇠를 단련하듯, 고통은 창작의 열정을 지피는 기제가 되는 법이다. 어려운 시기에 더더욱 창작에 몰입했다. 광양과 순천에서 활동하는 시인들끼리 ‘시몽’이라는 동인을 결성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세 번째 시집까지 낸 지금은 “마음을 비워서인지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었다”고 한다.
시인은 천성적으로 유약한 기질을 타고 난 듯 했다. “유년 시절 외로움도 많이 탔다”는 말에서 혼자만의 자기세계를 만들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와 그리고 어머니,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늘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 들길을 걷거나 나물을 캤다”는 거였다.
“여고 시절 ‘여학생’이라는 잡지에 일기문을 투고했는데 그게 실리면서 막연히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논픽션 공모에 온갖 상상을 다해 쓴 글을 투고했던 적도 있어요.”
문학의 열정은 이후로도 지속되었다. 한때는 등단을 위해 광주 문학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고인이 된 조태일 시인의 수업이 기억이 남는다.
“쉬는 시간에 제 시가 광주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라갔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제 시를 기억하시더니 당선작으로 밀었다며 웃더라구요. 헌데 다른 심사위원이 다른 작품을 고수하는 바람에 당선이 되지 못했다며,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말씀을 하더라구요.”
시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점차 시를 멀리하는 세태이지만, 쉽게 읽히며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쓸 계획이다. “인간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시만큼 중요한 장르도 없다는 생각이다.
“제게 시란 매혹 그 자체입니다. 보편적이면서도 특수성을 지닌 대상이기도 하구요. 언젠가 도착하게 될 길의 시작이며 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