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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하우스 생활하는데 태풍 온다니 겁나요”
나주 다시면·광산구 임곡동 이재민들 걱정 한숨
집중호우 피해 한달 되가지만 생활터전 복구 못해
상당수 무허가 건물서 생활…보상 받을 길 없어 막막
2020년 08월 25일(화) 00:00
24일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비닐하우스에서 수해 이재민이 모기장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광주·전남 이재민들 마음이 급해졌다. 흙탕물로 범벅이 된 집을 고치기도 전에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흙탕물이 들어찬 집 장판, 보일러 등을 바꾸기는 커녕, 집안 가재도구도 제대로 못 씻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바비’가 올라온다는 소식에 또 피해를 입는 건 아닌 지 조마조마하다. 이재민들은 복구도 안된 집을 떠나 가뜩이나 갈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태풍·비 온다’는 말만 들어도 겁나”=유재창씨는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집 옆 비닐하우스에 그릇과 옷, 밥솥 등 살림살이를 옮겨놓고 평상에 모기장을 깔고 생활한 지 벌써 3주째다.

집중호우 때 집을 덮친 흙탕물로 장판과 가재도구는 엉망이 됐지만, 한달 가까이 지나도록 복구를 하지 못한 상태다.

없는 살림에 3000만원을 마련해 집을 수리중이지만 강풍을 동반한 태풍 소식에 지금 생활하고 있는 비닐하우스조차 피해를 입을 지 노심초사다. 아예 태풍이 지나간 뒤 집 수리에 나설 지도 고민중이다.

유씨는 “쉴 데가 없어 길 위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복구작업 중인데, 또 피해를 입으면 정말 암담하다”고 말했다.

정점례(74) 할머니는 이번 집중호우로 45년 째 살던 집이 무너졌다. 복구 불가능이라는 판단을 받았지만 갈 데가 없어 나주시 다시면 다시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텐트에서 생활한 지도 3주가 지났다. 집중호우 때 몸만 빠져나왔고 가재도구는 모두 쓸려갔다. 지금 거주하는 텐트도 이달 말 이후에는 나주시가 철거할 예정이라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은 정 할머니를 더 답답하게 했다.

정 할머니는 “지난해 숨진 남편 제사가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 첫 제사조차 지낼 수 없게 됐다”며 울음을 쏟았다.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광주시 광산구 임곡동 주민들의 얼굴 표정도 어두웠다. 동네 주민 상당수가 무허가 건물에 살고 있던 탓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커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이들 이재민들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는 게 버겁기만 하다. 당장, 인근 숙박업소 도움을 받아 이달까지는 임시로 머물 수 있게 됐지만 다음달이면 옮겨야 하는 처지다. 주민 정주화(50)씨는 “집이 잠길 때 반바지 3개, 윗옷 3개, 겨울바지 1개만 건져 나왔다”며 “가진 돈도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지내야 할 지 암담하다”고 울먹였다.

◇태풍에도 집에 못가는 이재민만 280명=24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 12개 시·군 이재민은 5101명으로, 이들 중 여태껏 집에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도 280명이나 된다.

지역별로는 구례가 177명으로 가장 많고 담양(43명)·나주(21명)·장성(12명)·함평(9명)·곡성(8명)·화순(6명)·광산구 임곡(6명)·순천(4명) 등이다. 이들은 머물 데가 없어 마을회관·텐트·초등학교 등에서 무더위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재민들 대부분은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집을 복구하기도 전에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에도 언제 또 물이 들이찰까 걱정된다”면서 “강수량이야 어찌됐든 또 비가온다는 소식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나주=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