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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된 소나무 4600여 그루…‘솔숲 힐링’ 오세요
‘매화의 섬’ 진도 관매도 해송숲
2020년 07월 28일(화) 00:00
‘관매 8경’ 가운데 제1경인 관매도 해변은 최고의 해송숲을 품고 있다.
◇보석 같은 다도해 절경 자랑하는 관매도

상조도, 하조도, 관매도, 독거도, 관사도, 대마도, 동거차도, 서거차도, 맹골도…. 진도 서남쪽 바다에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무려 154개(유인도 35, 무인도 119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새떼처럼 많다 해서 ‘조도군도(鳥島群島)’라고 불린다.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 오르면 보석을 흩뿌린 것 같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진면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하조도 남쪽에 자리한 관매도는 면적 5.73㎢ 규모의 작은 섬이지만 200~300년생 해송 숲을 비롯한 ‘관매 8경’ 등 빼어난 풍광을 품고 있다. 진도항(2013년 팽목항에서 진도항으로 이름 변경)과 직선거리로 17㎞가량 떨어져 있다.

겨울철 찬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우실’(돌담).
관매도는 한자로 ‘매화(梅)를 본다(觀)’는 의미다. 섬 이름 유래로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우선 1700년께 조씨 성을 가진 선비가 제주도로 귀양 가는 도중 해변에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매화도’라 했다가 1850년께 관매도로 이름을 바꿨다고 전해온다.

또한 1789년 전국의 인구를 기록한 『호구총수(戶口總數)』에 ‘새가 부리에 먹이를 물고 잠깐 쉬어간다’는 의미로 ‘볼매도’(乶邁島)로, 구한말 기록에 ‘건매도’로 나오는데 1914년 일제가 행정지명을 한자식으로 고칠 때 현재의 관매도로 표기했다고도 한다.

관매도에 사람들이 처음 거주한 때는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매도리 인근 야산에서 청동기 시대의 돌로 만든 화살촉 유물이 발견된 바 있다. 이후 조선시대에 왜구의 노략질을 피해 섬 주민들을 육지로 이주시키는 ‘공도(空島) 정책’에 따라 오랫동안 섬이 비어있었다. 그러다가 주민들이 다시 입도해 살기 시작한 때는 400여 년 전인 1600년께부터다.

‘관매 8경’ 중 제5경인 ‘하늘다리’.
◇7월에 방문하기 좋은 ‘관매도 해송숲’

전남도는 연초에 월별로 방문하기 좋은 명품숲 1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에 적합한 명품 숲으로 ‘관매도 해송숲’을 선정했다.

‘관매 1경’으로 꼽히는 관매도 해변은 폭 200m, 길이 2㎞에 걸쳐 펼쳐진 해송 숲과 어우러져 있다. 이곳 솔숲은 300여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그런데 소나무 숲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600년께부터 다시 섬에 들어와 마을을 일군 주민들이 척박한 섬 환경에서도 ‘살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방풍·방사림이다. 소나무 숲이 자리한 해변은 본래 모래언덕(沙丘)이었다. 주민들은 마을로 들이치는 겨울 북서풍과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해변과 나란하게 소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씩 심어 숲을 조성했다. 특히 어린 묘목들이 모래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도록 억새 등으로 엮은 발로 바람을 막을 정도로 갖은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관매도는 ‘(마을처녀가) 모래를 서말 먹어야 시집을 간다’고 할 정도로 바람이 세찼다.

현재 15㏊(4만5370여 평) 면적에 46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당 330 그루로 밀집돼 있고, 수령은 200~300년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의 피눈물이 어린 소나무는 일제강점기에 전봇대로 쓰기 위해 잘려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해방 이후에도 주민들은 관리인을 따로 두어 솔숲을 지켜 나갔다. 300여 년간 된바람과 모래바람을 막아준 해송 숲은 주민들의 삶을 지켜주는 보루였다.

'관매 8경'중 제3경인 '꽁돌'.
◇관매도 해송 숲, 종합 방제사업 통해 지켜내

관매도 해송 숲은 1990년대 이후 두 차례 위기를 맞았다.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해충인 ‘솔껍질깍지벌레’가 크게 두 차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1차 발생(1989~1999년)때는 관내 6개 읍·면에, 2차 발생(2004~2007년)때는 조도면에 집중 발생했다.

이에 진도군은 ‘관매도 우량 해송림 종합 방제사업’을 수립해 솔껍질깍지벌레 방제에 발 벗고 나섰다. 수목밀도가 높은 해송숲은 병해충 감염·확산에 취약했다. 또 사질토는 봄철 가뭄때 수분과 영양공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2004년 솔껍질깍지벌레가 번져 소나무 30%가 고사하고, 수세(樹勢) 약화와 소나무좀 발생 등 2차 피해로 고사가 이어졌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솔숲을 살리기 위해 힘을 합쳤다. 녹지부서 직원들은 나무주사나 지상 약제 살포와 같은 기존의 획일화된 방제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방제에 나섰다. 방제사업과 함께 외과수술과 영양공급 등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병행 추진했다. 병해충 방제(나무주사, 수관살포, 토양관수)를 비롯해 ▲토양 이화학성 개선(유·무기질 비료 시비) ▲생육환경 개선(고사목 제거, 고사한 가지치기, 복토 제거) ▲수세 회복처리(엽면 시비, 영양제, 외과수술) 등 다양한 방제법을 동원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에 따라 다 죽어가던 해송 숲을 지켜낼 수 있었다. 군은 산림청 병해충 방제 품질 경연대회에서 이러한 방제 사례를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2010년에는 산림청과 (사)생명의 숲 주최의 ‘제 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관매도 해송 숲이 전통마을숲 부문 생명상을 수상했다. 관매도는 2011년 1월 ‘국립공원 제1호 명품마을’로 조성됐다. 같은 해 6월에는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진도 관매도 편이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관매도 풍란(바람난)
관매도 해송 숲의 또 다른 주인공은 착생식물인 ‘풍란’(風蘭)이다.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풍란은 거제도와 거문도, 흑산도, 관매도 등지에서 자생했으나 무분별한 남획과 환경변화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관매도 해송 숲은 솔껍질깍지벌레 피해를 받기 전까지 바람이 거의 통하지 않을 정도로 밀식된 상태였다. 그러한 환경은 바닷바람의 습기를 항상 품고 있어 풍란과 일엽초 서식에 적합했다.

진도군은 사라져가는 풍란 복원을 추진, 성과를 거뒀다. 신원철 순천향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환경부 지원을 받아 지난 2006년 조직배양으로 풍란 인공증식에 나섰다. 그리고 모니터링 결과 인공 증식한 풍란을 해송에 부착한지 5년만인 2011년 7월에 자연 상태에서 개화한 것을 확인했다.

관매마을 해송 숲 인근(관매도리 106-2)에는 300여년생 후박나무(천연기념물 제212호) 두 그루가 세 그루의 곰솔과 함께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당집을 헐어내기 전인 1976년까지 이곳에서 당제를 지냈다고 한다.

한편 관매도는 지난 2015년에 전남도의 ‘가고싶은 섬’ 가꾸기 사업대상지로 선정됐으며, 행정안전부의 ‘2019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 중 풍경좋은 섬에 뽑혔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진도=박현영 기자 hypark@kwangju.co.kr

<사진=광주일보 DB, 진도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