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인 A(25)씨는 지난 2019년 10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갖고 고용노동부 고용센터를 통해 해남의 한 김양식장에 취업했다.

동도 트기 전인 새벽 4시에 바다로 나가 오후 7시까지 일하고 받는 월급은 170만원이었다.

고된 바닷일은 차라리 견딜만했다. 사장, 사장 가족의 폭언과 폭행은 참을 수 없었다.

A씨는 “사장은 실수할 때마다 매번 때렸다. ‘XX놈아, X새끼야’라고 욕을 했다”고 말했다.

A씨 뿐 아니다. 같은해 12월 같은 양식장에 취업한 외국인근로자 B(23)씨도 같은 열악한 처우, 폭력 등에 시달려야 했다. 사업자측이 불도 들어오지 않는 방을 숙소로 제공하는가 하면, 세 끼 제공하겠다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휴대전화 사용도 막고 방에 들어가 못 나오게 하는 바람에 샤워기 물을 마셨다고 이주노동자센터측에 진술했었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떠나 낯선 땅으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는 인권 침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의 경우 해외 외국인 노동자들이 젊은층 유출과 고령화로 만성적인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현장을 채우고 있는데도, 여전히 차별섞인 시선과 노동 여건 등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인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23일 목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남 김 양식장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사건 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 2명이 지난해 10월과 12월 해남 김 양식장에서 36개월간 일하기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올해 4월까지 하루 13∼14시간의 노동을 하며 폭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등록증은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았고 노동청에 신고해 체불임금을 받는가 하면, ‘일이 없으니 나가라’면서도 다른 업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서류에 서명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이들 단체 주장이다.

이들은 광주 외국인 쉼터를 전전하며 고용노동부 목포고용센터를 통해 다른 업체를 알아봤지만 사업주 허락을 받지 못하면서 다시 양식장으로 돌아갔는데, 깜깜한 방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는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목포지역 한 어가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인이 3개월 동안 100만원 밖에 받지 못하고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은 빼앗긴 채 선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가 도망쳤고 지난해에도 목포에서 일을 하던 인도네시아인이 업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며 고소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사업주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만 4만2209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들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치단체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바다, 농촌 등 고립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자주 발생하지만 CCTV 등 증거가 없어 처벌받는 사업주들이 드물”면서 “행정당국은 사업장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들의 피해 신고를 구체적으로 접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