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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 열매가 없어요”…나주배 저온 피해 사상 최악
지난달 5일 영하권 날씨에 착과 불량 30~90% 피해
열매솎기 포기 농가 수두룩…흑성병 발생 ‘이중고’
2020년 05월 18일(월) 00:00
강인규(맨 앞) 나주시장이 지난달 27일 저온피해가 발생한 배 과수원을 찾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나주시 제공>
전국 최대 배 주산지인 나주지역의 배 저온 피해가 사상 최악이다.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배 열매를 솎아내는 ‘적과 작업’이 한창이어야 할 때 적과는 커녕 아예 달린 열매조차 찾기 어렵다.

17일 나주시와 배재배 농가 등에 따르면 봉황, 금천, 노안, 공산 등 나주 전역에서 저온에 따른 배 착과(着果) 불량이 발생했다.

나주시와 농가 등에서는 저온 피해율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배 봉지 씌우기 작업과 농가로부터 피해 접수가 마무리되면 최종 집계가 나오지만 최근 3~4년 사이 최악의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배꽃 개화기에 맞춰 인공수분이 시작된 지난달 5일을 전후해 영하권의 추위가 나주를 강타했다. 6일에는 아침 기온이 영하 4도까지 곤두박질치며 서리가 내렸다. 일주일 전인 3월 말에는 1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일교차가 15도 이상 발생한 것이다.

나주시는 개화기를 전후해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급격한 기온 변화가 착과 불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저온 피해는 한창 꽃망울을 머금은 채 개화를 앞둔 배꽃봉우리가 갑작스런 이상 저온으로 얼어붙는 현상이다. 배꽃 암술머리와 배주가 검게 변하거나 심하면 괴사한다. 암술이 냉해를 입으면 수정이 불가능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재해보험 가입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도 저온 피해 보상 가능 농가는 70%에 그치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체 2192 농가 중 적과 전 종합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1570 농가다.

나주시는 저온 피해 사후 관리 요령으로 6월 초까지 열매솎기를 최대한 늦추고 상품성이 낮은 열매도 수세 조절용으로 남겨둘 것을 당부했다. 솎아낼 열매 자체가 없을 정도라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착과율이 저조한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꽃눈 형성 등 내년 개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착과 불량 나무에 대한 사후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검은 별 모양의 반점이 열매와 잎 등에 생기는 흑성병(검은별무늬병)이 일부 농가에서 발생해 과수농가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의 저온 피해가 50% 안팎이었는데 올해는 더 심해 사상 최악의 상황”이라며 “착과가 저조한 과수는 내년 개화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순 솎기, 비료 살포, 배수로 정비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나주=손영철 기자 ycs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