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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뭉클한 가족 이야기, 코로나19 등 담긴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2020년 05월 08일(금) 00:00
아린 기억을 공유하는 두 사람이 한 회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이나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등에 실린 김금희 작품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시선은 따뜻해 읽고 나면 위로를 받는다.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2016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김금희가 등단 후 11년 동안 쓴 글을 모아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펴냈다. 책에 실린 42편의 글들은 유년시절의 기억과 가족, 소설가로의 꿈을 키워가던 시절, 사랑과 연애에 대한 단상, 사회문제와 노동에 대한 시선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에서 많이 등장하는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글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또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을 읽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하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라는 문장에 매혹됐던 대학시절 이야기도 눈에 띈다.

그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인데, 저자는 ‘노동의 조건’이라는 글에서 담담하게 풀어낸다. 소설가가 되기 전 출판노동자였던 작가는 “당연히 팔려야하는 상품이지만 또 무조건 팔리기만 하면 그만이 아닌 책의 이중적인 조건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 책이 세상으로 나가 일으켰을, 지금 당장은 추측할 수 없는 영향력, 일렁임 같은 것을 상상하면 다음 책을 만들기 위해 다시 노동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했었다. “작가에게 있어 생계와 자신의 존엄, 그리고 이후의 노동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인 저작권을 양도하라는 요구를 받고 그녀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다. 글에는 그 사건을 겪고 환멸과 기대와 희망을 동시에 느낀 이야기가 담겼다.

최근의 글까지 담긴 책에는 코로나 19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모두 힘들기는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던 시간의 의미에 대해 지금보다도 알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전의 일상이 점, 선, 면이었다면 선은 지우고 면은 축소해 ‘점’의 방식으로 살아야하는 요즘” 외출이 줄어든 대신 방에서 보이는 발코니에서 매일 밤 자고 가는 비둘기를 새롭게 만나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한다.

그녀의 글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만나게 되는 건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직 그를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 이 위대하고 언제나 나를 압도하는 작가에 관해, 그를 향한 내 열정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며 소개하는, ‘제발디언(제발트 문학에 열광하는 독자들)’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독일 작가 제발트의 작품들이나 2000편에 달하는 시를 썼지만 생전에는 단 7편만 발표한 19세기 시인 에밀리 디킨스의 시와 그녀의 삶을 다룬 영화 ‘조용한 열정’ 등이다.

<문학동네·1만3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