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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상생 팽개치고 경영진 밥그릇 챙기기
[긴급점검 - 광주형 일자리] <1> 리더십 부재가 부른 참사
광주글로벌모터스 첫 주총
노동자 초임 3천만원 묶고
이사들 연봉 3억8천만원까지
참다 못한 노동계 파기 선언
박광태 대표 사퇴 여론 확산
2020년 04월 06일(월) 00:00
지난 2일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광주형 일자리 불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 첫 ‘노·사·민·정’ 대타협을 기반으로 태어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노측의 불참 결정으로 결국 좌초 위기를 맞았다. 사업 추진 6년만이자, 지난해 1월 31일 노사상생발전협정 체결 후 꼭 1년 3개월 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 2일 광주시청 앞에서 협약 파기를 선언한 노동계는 기자회견문 첫 머리에 “정치 놀음으로 전락한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썼다. 노동계의 강한 불신은 완성차 합작법인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대표 박광태) 설립 시점부터 출발한다. 전과자와 비전문가들이 주요 임원에 선임되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데 따른 것이다.

광주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부 광주시의원과 정치권도 “임원 선임부터 잘못됐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주목 받아온 ‘광주형 일자리’를 파탄으로 몰고간 원인과 문제점을 들여다 봤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은 지난 3월 청와대에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의 박광태 대표 등 주요 임원을 전문가로 교체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노동계는 4월 7일 청와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회적 협약 파기 선언식도 예고했다.

노동계 경고에도 광주글로벌모터스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주주인 광주시만 노동계와 접촉을 시도하는 등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쥐고 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노사상생’이란 태동 목표조차 모두 광주시에 떠넘기고, 제 이익을 챙기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지난달 26일엔 첫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와 부대표 등 상임 이사의 통합 연봉을 최대 3억 8000만원으로 한정하는 안까지 통과시켰다.

노동계가 ‘협약파기’라는 배수진까지 치면서 요구해온 노동이사제 도입, 원·하청 관계개선 시스템 구축, 현대차 추천 이사 경질,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임원임금 노동자 2배 이내 책정 등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나선 것이다.

임원이긴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 4대 원칙 중 하나인 적정 임금 및 적정 노동시간 원칙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노동계를 크게 자극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시민세금으로 자동차 공장을 짓고, 시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라며 “노동자 연봉 평균 초임은 3000만원 수준으로 정해 놓고, 대표 등 임원은 수억원대의 임금을 가져가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분노했다.

결국 참다 못한 노동계는 파기 선언식을 예정보다 앞당긴 지난 2일 진행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파기 선언식 자료를 통해 “대표 이사는 배임·횡령으로 유죄까지 받았던 사람”이라며 “왜 광주시민의 세금으로 이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느냐. 비전문가인 전직시장과 퇴직 공무원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용섭 광주시장은 노동계의 요구 중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외하곤 모두 협의할 수 있다며 추가 대화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노동계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이중적 행태 등을 지적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으면서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이끌고 있는 박광태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탓 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줄기차게 박 대표의 선임을 반대해 왔던 지역사회의 비난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부터 참여자치21 등 10여개 지역시민사회단체는 ‘박광태 대표이사 사퇴를 위한 대책위원회’까지 설립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특히 정의당 광주시당은 ‘소가 웃을 일’이라는 성명을 통해 “시장 시절 업무추진비 20억원을 ‘상품권깡’하고, 생활비와 골프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박 전 시장을 대표로 선임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광주시청 내부에서도 간부들을 중심으로 박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광주시의 한 간부는 “(박 대표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가만히만 있어도 좋을텐데 언론접촉 등을 통해 노동계를 자극하는 말까지 하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지역의 미래가 걸린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그(박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하며, 이는 노동계와 다시 대화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