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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고인의 뜻, 소외이웃에 등불 됐으면”
산불 진화중 숨진 광주출신 최성호 부기장 유가족 조의금 기부
울산서 헬기 추락사고로 희생…가족들 1500만원 기부
울산시, 유가족에 추모패 전달…명예시민증 수여키로
2020년 03월 31일(화) 00:00
울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광주 출신 헬기 조종사 고(故) 최성호(47) 부기장 유가족이 울산시에 1500만원을 기부했다.

고인은 지난 19일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대복리 야산에서 산불 진압 작업을 하던 중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유가족은 조의금으로 모인 1500만원을 울산시에 기부했다. 고인의 아내 이윤경(42)씨는 “생전에 고인이 저소득층, 불우이웃 등 열악한 환경 사시는 분들 걱정을 많이 했다”며 “공공안전을 지키다 운명한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뜻을 이어가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으로 숭의중학교, 대동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20여년 동안 공군 항공병과 장교(소령 제대)로 근무했다. 지난 2014년 제대한 뒤 민간헬기업체 ‘헬리코리아’에 입사해 3년째 근무 중이었다. 이 업체는 울산시의 위탁을 받아 산불진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고인은 업무 특성상 대전, 구미, 사천 등 주거지를 자주 옮겨야 했고, 지난해 11월부터 비행훈련 등이 진행되는 울산 임시사무실에서 기거했다. 산불이 나지 않는 ‘비오는 날’에만 쉴 수 있었고, 가족은 짧게는 1달, 길게는 6달에 한 번씩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40대 중반에 제대한 뒤 위험하고 힘든 직업이라 온 가족이 반대했지만, 운명처럼 다시 헬기에 올랐다”고 돌아봤다.

이씨는 “먼 타향에서 아들 숙제를 직접 챙기고 그 내용을 등기우편으로 보내주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전화도 매일같이 해 사고가 났던 날 오전 10시에도 영상통화를 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힘든 업무 중에도 고인은 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고인의 누나 최영현(51)씨는 “가족과도 이웃돕기에 대해 자주 얘기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울산에 어려운 사람이 많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악조건에서 가족도 못 보고 떠난 동생이 허망하고 억울하지만, 온 가족이 회의한 끝에 고인의 뜻에 따라 좋은 일에 돈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측은 울산과 접점이 없었으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신 수색작업을 해 준 소방관, 잠수대원의 노고에 감동을 받아 기부를 결정했다. 기부금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현 상황에 맞춰 재난지원금으로 쓰이게 됐다.

기부금을 전달받은 울산시는 유가족에게 ‘울산을 지키기 위한 당신의 헌신과 열정을 기억하겠다’는 문장을 담은 추모패를 전달했다. 이어 고 최성호 부기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기로 했다. 최 부기장이 명예시민증을 받는다면 울산시에서 재난 구호 활동으로 순직한 이 가운데 최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