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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아벨 고정희 지음
2020년 03월 13일(금) 00:00
올해는 고정희 시인이 지리산의 품속에 안긴지 29년이 되는 해다. 1948년 해남에서 출생한 시인은 해남과 광주에서 잡지사 기자, 사회단체 간사, 문학동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27세에 한국신학대학(지금의 한신대학교)에 입학해 그해 박남수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목요시 동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등을 지냈으며 삶과 문학을 아우르는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다 1991년 6월 9일 평소 자주 올랐던 지리산을 찾았다가 실족해,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한다.

최근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30번째로 ‘이 시대의 아벨’이 재판돼 나왔다. 생전의 시인은 첫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이후 ‘실락원기행’, ‘초혼제’, ‘이 시대의 아벨’, ‘광주의 눈물비’ 등을 펴냈다. 사후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가 출간됐다.

“오 아벨은 어디로 갔는가/ 너희 안락한 처마 밑에서/ 함께 살기 원하던 우리들의 아벨,/ 너희 따뜻한 난롯가에서/ 함께 몸을 비비던 아벨은 어디로 갔는가”(‘이 시대의 아벨’ 중에서)

1983년의 ‘이 시대의 아벨’은 40여 년이 흐른 오늘의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동생 아벨은 양치는 목자였고 형 카인은 농부였다. 오늘의 관점에서 아벨과 카인은 단순한 형제 사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김주연 평론가는 “시인은 이 작품에서 아벨의 실종을 애달파 하며, 이제 아벨을 우리 옆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 슬픔에 동참할 것을 우리 모두에게 강력히 권유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아벨은 누구인가? 그는 안락한 처마 밑에서 함께 살기 원하던 자였으며, 풍성한 산해진미 잔칫상에서 주린 배 움켜쥐던 자였다”고 평한다. <문학과지성사·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