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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전염
2020년 02월 25일(화) 00:00
지난 2003년 봄, 홍콩에 출장갔을 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봤다. 버스에 탄 승객이든 거리를 걷는 사람이든, 굳은 표정으로 마스크를 단단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가 한창 창궐하던 때의 홍콩 시내 풍경이다.

공포의 사전적 의미는 ‘두려움’(恐)과 ‘무서움’(怖)이다. 인간은 수만 년에 걸쳐 진화를 해 오면서 경험과 학습을 통해 많은 지식을 축적했는데, 인간의 공포심 역시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한다. 뱀을 예로 들어 보자. 누구든 뱀을 보면 무섭고 두렵다 한다. 이러한 공포심은 왜 생기는 걸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뱀과 만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는 진화 초기부터 뱀을 피하기 위한 시각중추가 발달했다고 한다.

공포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편이 되지만 때로는 ‘편견’과 ‘혐오’를 낳는 뿌리가 되기도 한다.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는 빠른 속도로 대중들에게 번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 사람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의 자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1월말에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해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 ‘국민청원’ 코너에 올려진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지난 22일까지 76만1883명이 동의했다. 이스라엘이 한국인에게 취한 조치와 이것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에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져 폐쇄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 닥쳐올지 모를 감염병을 겪어 나가면서 우리들의 생각 또한 ‘공포’를 뛰어넘어 ‘진화’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1947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페스트’에서 도시를 휩쓴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의적으로 묘사한다. 그는 소설 속 한 인물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이제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항상 바라고 가끔씩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