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계획이나 목표의식 없이,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헌혈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0회가 됐어요. 헌혈은 1초 따끔한 뒤, 누구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활동입니다.”

이영애(여·48) 마라톤세상 대표가 최근 100번째 헌혈을 했다. 2006년 8월 충장로에서 친구를 따라 헌혈의집에 들어선 이후 꾸준히 피를 기증하며 2011년 30회, 2013년 50회를 달성한 그는 14년만에 100회를 달성, 헌혈유공장 명예장의 주인공이 됐다.

“헌혈은 마라톤과 같아요. 100회를 빨리 채우려 무리하면 쉽게 부상당하고, 열정도 금방 사라져요. 자기 몸에 맞춰 꾸준히 해야 80세까지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법이죠. 14년에 걸쳐 100회를 달성한 것도 결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몸 상태를 스스로 조절하며 오랫동안 해 왔다는 게 중요하죠.”

이 대표는 마라톤 관련 업체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마라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헌혈 후 과격한 운동 등을 자제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맞춰 운동 스케줄을 짠다. 운동을 한 뒤 2~3일 지나 헌혈을 하고, 다시 3~4일 뒤 운동을 재개하는 식이다.

식단에도 엄격하다. 이 대표에 따르면 그는 평소에도 담배, 술, 커피, 탄산음료 등을 전혀 하지 않는다. 건강한 피를 기증하고 싶었던 그는 몸에 좋지 않은 것을 가리는 게 습관이 됐다.

“헌혈 조건이 의외로 까다로워요. 잠을 못 잤거나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는 등 결격 사유가 있으면 헌혈할 수 없어요. 헌혈을 하다 보면 식단도 관리하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건강 체크는 물론 이웃 사랑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헌혈을 권유하고 있다. 회사 직원 6명이 진행한 사내 헌혈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일을 일찍 마친 후, 함께 헌혈하러 가는 것이다. 사은품으로 주어진 영화 티켓으로 영화도 보고, 회식도 하는 게 일상이 됐다.

함께 헌혈하며 서로 동기를 부여해 준 마라톤 동료들도 있었다. 안종옥(49) 마라톤세상 공동대표와 (주)세영운수에서 근무 중인 장재국(51)씨다. 동시에 헌혈 100회를 달성하기로 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현재 안씨가 116회, 장씨가 50회 헌혈하는 등 헌혈 의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헌혈 200회를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수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해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첫 헌혈 때부터 모아 온 헌혈증 100장을 전부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헌혈증은 훗날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도록 모두 기증할 예정이다.

“헌혈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어요. 꾸준히 자기 몸을 관리한 건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꼭 한번 헌혈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하면 할 수록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라 장담합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