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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목소리로 노래한 우리들 삶의 풍경
신안 출신 이삼례 시인 첫 시집
‘손을 쥐었다 놓으면’ 펴내
2020년 02월 24일(월) 00:00
“시는 나의 생계를 위협한다. 나의 시적 상상력이란 ‘사는 일’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다큐할 때가 있다.(중략) 나는 어부이고 농부이고 영세 상인인 이들과 함께 사는 방법밖에 모른다. 도망 갈래야 더 이상 도망 갈 곳이 업는 사람들의 부고와 부채를 전하고 싶다. 각각 형편은 다르지만 누군들 그러하지 않을까.”

신안 출신 이삼례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손을 쥐었다 놓으면 ’(시인)을 펴냈다.

모두 80여 편의 작품들은 자영업을 하며 시를 쓰는 시인의 삶이 담겨 있다. “700만 자영업자들의 비명소리와 웃음소리, 눈물과 한숨이 가득 차 있다”는 표현처럼 수록된 시들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오랜 만이야/ 뼛속에 물이 찬 사람들/ 바짝 귀를 세우고 서로의 잔에/ 소주를 따른다// 물 밑으로 몸을 밀어 넣는/ 아이들 이마에서 물 미역 냄새가 난다/ 그물보다 소문을 더 잘 꿰매는 손들이/ 안부를 전해온다// 그쪽도 오늘 무사하신지…”

위의 시 ‘목포 북항에 가면’은 항구를 배경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날것 그대로의 장면은 바로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명징하면서도 또렷하다. 그러나 이를 풀어내는 시인의 눈은 정겹고 깊다. “목포 북항에 가면 깨어졌던 몸의 박자가 되돌아 온다”는 표현처럼, ‘목포 북항’은 다름아닌 우리들 모두의 삶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영진은 해설에서 “이삼례의 시를 읽어가면서 환기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지난한 자기와의 투쟁과 그 괘적이다”며 “그녀가 언어를 통해 그려가는 괘적은 어둡고 절망스러운 상황임에도 슬픔에 빠져들지 않는다”고 평한다.

한편 이 시인은 2019년 시인지 신인문학상에 ‘수신함을 지우며’ 외 11편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