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시인은 시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운다. 그럴진대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자신이 처한 시대와 뭇 목숨들의 열망에 깊이 사무쳐, 뜨겁게 때로 섧게 울고 부르짖는자, 요컨대 시대의 온전치 못함을 ‘잘’ 우는 것으로 본분을 삼는 자이다.”

김사인 시인이 말한 “‘잘’ 우는 것으로 본분을 삼는 자”는 시대에 대한 촉수를 드리우면서도 내면을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기울이는 이다. 김 시인이 이번에 엮은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매일 고른 시 82편을 담았다.

이 시기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하며 한국을 도발하고, 위안부 강제 동원 역사를 부정하는 행태를 일삼았던 때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구속 등 헌정사의 파란이 겹치는 시기이기도 했다.

시인은 다산 정약용의 ‘시대를 아파하고 분노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라는 언명을 품고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소감을 덧붙였다. 겨울의 끝자락, 그럼에도 한기가 남아 있는 2월의 어느 날에는 이성부 시인의 ‘봄’을 읽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는 너는 온다”라는 시를 읽다보면 시대를 초월해 전해오는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책에는 이순신의 ‘난중일기’, 1919년 청년들이 부른 노래 ‘광복가’부터 신채호 한시와 릴케, 자크 프레베레의 시 등을 아우른다. 시인은 말한다.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말과 글을 읽으면 그것이 바로 시다. ‘시’를 시늉한 겉모양이 시가 아니라, 안의 사무침이 시인 것이다.” <문학동네·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