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1시 기아차 광주1공장, K시리즈 돌풍을 선도하고 있는 ‘3세대 K5’와 처음 만났다. 첫 인상은 “잘 빠졌네”였다. 지난 2015년 7월 2세대 출시 이후 4년만에 출시되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디자인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파격적인 외관을 갖췄다.

기아차 상징인 ‘호랑이 코’(tiger nose) 라디에이터 그릴은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가 납작 엎드린 듯 크게 넓어지고 헤드램프와의 경계도 없앴다. 거칠게 없는 당당함과 강렬함을 뿜어냈다.

그릴의 패턴은 정교해졌다. 상어껍질을 연상케할 정도로 거칠고 날카로운 모습이지만, 부드러운 촉감을 갖춘 ‘샤프 스킨’ 직물을 모티브로 삼아 파격적 역동성을 표현했다. 헤드램프도 밋밋한 사각형이나 삼각형 모양이 아닌, 두 갈래로 쭉 뻗은 형태로 디자인돼 신선한 느낌을 줬다.

강렬한 느낌의 전면부와는 달리 뒷모습은 안정적이었다. 리어콤비램프는 일체형으로 연결됐고, 좌우 램프를 잇는 그래픽 바는 간격을 두고 점차 짧아지는 형태의 점등 패턴으로 설계된 점이 눈에 띄었다.

시승 모델은 인터스텔라그레이 색상의 ‘K5 가솔린 1.6터보’ 풀옵션 차량이었다. 1.6터보 모델은 T-GDi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 180마력(ps), 최대토크 27.0(kgf·m)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변속기에 손을 얹었는데 “어라 변속기가 없네”. 돌출형 스틱 형태의 변속기는 사라지고, 다이얼 타입의 전자식 변속기(SBW)로 바뀌었다. 주행(D)과 후진(R), 중립(N) 등 운행 명령을 다이얼을 실행했다. 주차는 ‘P’ 버튼을 눌러서 한다.

센터패시아 상단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돌출형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자리했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운전석 방향으로 비스듬히 붙여 주행 중 화면을 보는데 편리하도록 설계했다.

스티어링휠 안쪽에는 12.3인치에 이르는 디지털 클러스터를 넣어 역시 시인성을 높였다.

다이얼을 ‘D’로 돌리고 가속페달을 슬며시 밟았다. 기아차 광주공장 정문을 부드럽게 지나 서구 광천동과 유촌동 등 시내주행을 거쳐 제2순환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광주대 너머 칠구재터널을 지난 뒤 화순 도곡온천까지, 왕복 50㎞를 달렸다.

핸들링은 저속에서는 부드러웠고, 고속에서는 단단하고 묵직했다.

2순환도로에 진입해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가속페달을 힘껏 주자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속도감이 전해졌다.

주변 차량 운행이 뜸해지자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을 켰다. 시속 80㎞ 구간에서 무리없이 반자율주행 기능을 수행했다. K5는 내비게이션 기반 SCC를 적용했다.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과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안전구간·곡선로 등의 정보를 받아 자동으로 차량의 속도를 제어한다.

동급 최초 적용한 음성인식 차량제어 시스템을 활성화한 후 다양한 음성명령을 실행했다.

“창문을 열어줘”라고 말하자 차량이 명령을 복창한 뒤 창문을 열었다. “히터 틀어줘”, “열선 켜줘” 등 사람과 대화하듯 얘기하자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히터, 운전선 시트 열선 등을 제어했다.

돌아오는 길에 칠구재터널 구간에서 ‘미세먼지 센서’를 작동했다. 기계음과 함께 실내 미세먼지는 ‘Good(좋음)’ 상태를 유지했다.

공기청정 시스템은 실내 공기를 모니터링해 4단계(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로 표시하고, 고성능 콤비 필터를 통해 운전자의 별도 조작 없이 정화한다.

K5에 적용된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는 시승한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운전자가 타고 내리기 어려운 비좁은 주차공간에서 맹활약했다.

차량에 타지 않고도 스마트키를 조작해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면허를 갓딴 초보 운전자에게는 더 없는 보너스로 보여졌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