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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서울토박이…이제는 함평이 삶의 터전”
전남어촌특화센터 선정 우수 귀어인 함평 석두마을 김진숙 씨
자율관리 공동체 사업 선정…해수욕장 수익사업 확장 등 성과
2019년 12월 06일(금) 04:50
우거진 해송과 바다가 아름다운 함평 석두마을. 2002년 어촌체험관광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은 여름에는 해수욕, 겨울에는 해수찜을 즐길 수 있고 질 좋은 갯벌에서 나는 낙지와 석화는 전국구 특산품이다.

올해로 귀어 4년 차, 이 마을에는 하루를 이틀처럼 사는 김진숙(51·사진) 사무장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47년을 산 토박이. 대기업을 다니다 만난 남편과 결혼해 27살 13살 두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이기도 하다. 산보다 빌딩숲이 익숙한 그녀의 귀어는 뜻하지 않은 시기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부모님이 갑자기 편찮으셨어요. 효자인 남편이 귀어를 제안했죠. 늦둥이 아들도 아팠던 터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내려오게 됐어요.”

남편의 로망이기도 했던 귀어. 익숙한 곳에서 시작한 어촌생활로 특별히 정부 정책에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 남편은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체험마을 내 편의점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석두마을의 귀어 가구는 총 7가구. 올해에만 2가구가 정착했다. 대부분 연고지에 정착해 가업을 이어가지만, 식당이나 커피숍 등 요식업 분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김 사무장의 일과는 오전 8시 시작된다. 사무실에 출근해 사무를 본 후 바닷가, 갯벌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체험객 안내와 해수욕장 대여물을 관리한다. 어민들이 수확한 수산물을 업체로 보내고 수익을 배분하는 일, 군청 관련 사무 업무,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는 일 등이 모두 그녀의 몫이다.

인수인계도 없이 갑자기 맡게 된 사무장 일로 귀어 초기엔 외로울 틈도 없었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텃세보다 무관심이었다. 낯선 환경에 생전 처음 해 보는 일 투성이에 매일이 고군분투였다. 마을에 시설물이 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도 시큰둥한 반응에 맥이 빠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에게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김 사무장이 우수 귀어인이 된 배경에는 손홍주 어촌계장의 수훈을 빼놓을 수 없다. 부지런하고 추진력이 좋은 손 어촌계장과 아이디어 뱅크인 김 사무장은 환상의 복식조다.

두사람은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자율관리 공동체 사업 선정, 축제 사업비 신청 등에서 2억여원이 넘는 예산을 따내 마을에 농산물 관리센터를 짓고 해수욕장에 수익사업을 확장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반응이 좋았던 풍등 날리기, 어린이 맨손 새우잡이 프로그램도 김 사무장의 아이디어다.

특히 올해는 갈등 해결 노력, 상생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漁울림마을 콘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우수상을 받았다.

“서류 체계가 잡히고 사업비를 따내는 등 내가 와서 일으킨 변화를 볼 때 성취감이 느껴져요.”

어부들이 바다에서 수산물을 끌어 올리듯 김 사무장은 발전되어가는 마을을 보며 사는 맛을 낚아 올리고 있다. 무료하기만 했던 칠흑 같은 밤에도 이제 별을 헤는 낭만이 생겼다.

수상 전날 서울을 다녀왔다는 김 사무장은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내 집이 있고 할 일이 있는 이곳이 진짜 내가 있을 곳이구나’라고 느꼈다고.

김 사무장은 귀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어도 한 번쯤 해볼 만한 도전이라 적극 추천한다”며 “다만 아이의 동의도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엄마다운 조언도 잊지 않았다. 급격한 생활 변화에 아이들이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내년 계획을 묻자 “이달 중순에 발표되는 어촌뉴딜 300 사업에 우리 마을이 꼭 선정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 안에서 새롭게 만나게 될 일들에 기대가 크다”며 밝게 웃었다.

/임수영 기자 sw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