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된 보안사령부 5·18 사진첩<광주일보 2019년 11월 26일자 1면·27일자 6면> 중 일부 사진이 은닉 또는 폐기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8일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로부터 제공받은 ‘광주시 진입작전상보’를 분석한 결과, 첨부된 5장의 사진 중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진 한장이 이번에 공개된 13권의 사진첩에는 없었다.

또 광주일보가 2016년께 국가기록원으로부터 확보한 보안사 사진첩 사진물 중 일부도 이번에 공개된 사진첩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A4용지 크기 5장으로 구성된 ‘광주시 진입작전상보’ 문건은 1980년 계엄사에 의해 군 내부 보고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김희송 교수의 설명이다.

이 문건은 1980년 5월 27일 도청진압 직후 당시 진압 과정을 담고 있으며, 5장 중 마지막 2장에는 시민군이 총상으로 사망한 모습 등을 촬영한 사진 5장이 첨부돼 있다.

5장의 사진 중 4장은 이번 공개된 사진첩에 포함돼 있었으며, 시민군이 총상으로 사망한 모습이 찍힌 첫 번째 사진은 공개된 사진첩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속 사망자 옆에는 ‘K-7’이라는 표식이 놓여 있는데, K는 Kill의 약자로 7번째 사망자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한 5·18 연구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 사망자는 고(故) 윤상원 열사의 사진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군 내부 자료에 쓰인 사진이 이번 공개된 보안사 사진첩에 없다는 것은 보안사가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을 은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보안사 사진첩의 촬영경위·목적·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18연구자들도 “이번에 공개된 사진첩 앞부분의 사라진 1~4권 내에 이런 진상규명에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될 사진이 다수 포함돼 있을 거라고 추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