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지 1주년을 맞았지만 일본의 사죄와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취하는 등 갈등만 조장하고 있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7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법원 승소 판결 1주년을 맞아 ‘미쓰비시 대법 판결 1년, 강제동원 문제 조속한 해결 촉구 한일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이날 같은 시간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손해배상소송 변호인단’과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등 일본 시민단체와 활동가들도 일본 나고야에서 근로정신대 문제의 조속한 전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모임은 “대법원 판결 1년이 지난 지금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한·일 양국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피해자들은 이미 90대를 넘어선 고령으로, 끝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피해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사죄와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0) 할머니는 “일본의 행태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죽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하루라도 빨리 강제동원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에서 제안하고 있는 강제징용 배상판결 방식인 ‘1+1+α’ 기금설립안은 “피해자의 인격과 존엄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꺼낸 ‘1+1+α’ 기금 설립안은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1+1’방식에서 한발 나가 정부도 자금을 보태는 방식이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1+1+α’ 기금설립안은 거론할 가치가 없는 결함투성이”라며 “피해자는 안중에 없이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재산 압류라도 막고 보자는 그릇된 판단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역사적 사실 인정과 그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 ▲배상을 포함한 피해회복 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와 역사적 교육 등을 통한 재발방지 노력을 요구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