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외교부가 미국 정부에 5·18 관련 자료의 공개를 공식 요청해 주목된다. 미국 측 자료가 확보된다면 특별법에 따라 조만간 구성될 5·18 조사위원회의 진상 규명에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주 주미대사관 등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5·18 관련 기록물 공개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청와대, 국무조정실, 국방부, 국가기록원, 5·18기념재단 등 유관기관은 물론 민간 전문가들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공개 요구할 자료와 우선순위 등을 논의해 왔다. 이를 토대로 외교부는 그동안 미국 측이 공개한 자료 가운데 삭제(black out) 처리됐던 부분을 추가로 밝혀 줄 것과 5·18 관련 키워드 검색을 통해 미국 정부 기관 보유 관련 기록물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혈맹으로 여겨졌지만 5·18 당시에는 전두환 정권의 12·12 군사반란과 광주로의 군 이동을 묵인·방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7년 미국 언론인 팀 셔록이 공개한 미국 국무부와 주한 미국 대사관이 주고받은 비밀 전문 ‘체로키 파일’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북한군 개입설 역시 미국 국무부 비밀 문건을 통해 날조됐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5·18 관련 미국 측 자료는 당시 학살을 지시하고 명령했던 지휘 계통 등을 규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을 지원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의 비밀문서를 아르헨티나 정부에 제공한 바 있다. 5·18 진상 규명의 마지막 기회를 맞이한 지금, 미국 정부는 5·18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모든 자료를 공개해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