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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금호, 재계 7위서 60위권 밖으로
아시아나항공 31년만에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매각
박세창 사장 “매각 자금 금호산업·금호고속에 사용 그룹 재건”
2019년 11월 13일(수) 04:50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호남 최대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그룹으로 바뀌게 됐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31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하면서다. 한때 재계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렸던 금호그룹은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그룹의 면모를 잃고 중견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

◇“호남 대표기업 추락 안타깝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마무리되면 금호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등 3개 계열사만 남게 된다. 이 경우 자산 규모 5조원 이하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금호산업 매출은 1조3767억원, 금호고속은 4232억원이었다. 주력 기업의 매출을 합쳐도 2조원을 넘지 못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7조1833억원으로 사실상 그룹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했다.

광주·전남 지역민과 경제계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역 대표 기업이 사라졌다는 정신적 박탈감에서다. 지역 경제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호남의 자긍으로 삼았다. 중고택시 2대로 창립해 재계 7위까지 오른 금호그룹의 저력이 자랑스러웠고, 그룹의 뿌리인 호남을 잊지 않고 제조·운송·문화·인재육성 등 종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다.

◇재계 7위서 60위권 밖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던 박삼구 전 회장이 2002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세 확장기를 맞았다.

박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고 당시 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까지 불어나면서 재계 순위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충분한 자금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계열사 인수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그룹은 2009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경영권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매각됐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하면서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이 자금 압박으로 무산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재계는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 경영이 결국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낼 수밖에 없게 만든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박세창 사장 “매각 자금 그룹 미래에 사용”=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구주 인수 가격 협상을 벌이게 된다. 시장에선 4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금호산업은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우선 사용할 전망이다. 남은 자금은 금호그룹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호는 우선 고속과 건설 등 기존 사업에 주력하다가 신규 사업 진출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44) 아시아나IDT 사장도 그룹 재건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박 사장은 지난 7월 “아시아나 매각으로 금호산업에 유입되는 자금은 차입금 상환 등 그룹의 장기적인 미래에 사용될 것”이라며 “앞으로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