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입지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상당수 정치 신인들은 선거 전략을 세우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법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역구 정수 등 국회가 합의한 기준을 바탕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총선 13개월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국회는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 4·15 총선의 선거구 획정 시한은 이미 지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야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오는 27일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선거제 개혁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구획정위는 지역구 의석을 몇 석으로 할지, 이를 시도별로 어떻게 배분할지 등 기준을 제시하는 작업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개혁안을 적용하면 광주·전남의 국회의원 의석수는 네 석이나 줄어들 전망인데, 이처럼 불확실한 총선 구도에 입지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다음달 17일부터 예비 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는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조차 모른 채 선거 운동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해지니 정치 신인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17~20대 총선에서는 선거일을 한 달여 앞두고 선거구가 획정이 끝나 졸속 처리라는 비난이 높았다. 이는 전적으로 국회의 직무유기 탓이다. 졸속으로 이뤄진 선거구 획정은 부실한 후보자 선출로 이어진다. 따라서 국회는 내년 총선이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늦어도 연말까지는 선거제 개혁안 논의를 끝내고 선거구 획정을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