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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대통령 집권 2년 반의 치명적 한계
2019년 11월 01일(금) 04:50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11월10일)을 맞이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는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무능이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0)’를 ‘대통령 1호 지시 사항’으로 추진하고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그동안 수십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일자리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35만3000명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86만7000명 증가했다.

소득 주도 성장은 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성장한다. 소득 양극화는 덩달아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은 5.3배로 2003년 이후 가장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이전 분기보다 0.4%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가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남북한 협력 체제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올해 한국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했고, 문 대통령에 대해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입에 담기 힘든 막말로 비난했다. 심지어 북한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애써 외면하고 북한을 감싸면서 비겁하게 인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둘째, 위선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당은 총 22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예비 타탕성(예타) 조사 없이 진행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SOC 사업을 ‘토건 삽질’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지난 1월 24조 원 규모의 23개 국책사업의 예타를 무더기로 면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첩인사나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내 공공기관에 정계 출신 기관장 10명 중 7명이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로 확인됐다. 2015년 9월 9일 당시 제1야당 새천년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던 40%가 깨졌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경제 부총리에게 “국가채무 40% 근거는 뭔가”라고 따졌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셋째, 정부가 잘못한 일을 제도와 남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이다. 가령,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불법과 부정의 문제를 제도의 탓으로 돌리며 정시 확대를 주문했다. 조 전 장관 개인보다는 ‘합법적 제도 내 불공정’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추락하는 이유로 미중 무역 전쟁,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등 대외 여건 악화와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IMF가 전망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2.0%)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3.0%)보다 훨씬 낮고, 미국(2.4%)보다 뒤처진 것은 국내 경제 정책의 실패가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반은 그야말로 혼돈과 분열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이라는 리더는 있었지만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과 협치하는 리더십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실패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청와대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과 적기에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만시지탄’(晩時之歎)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집권 초기 80%대의 높은 대통령 지지도가 지금은 반토막이 났다.

문 대통령이 향후 무능과 위선, 무책임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중책을 맡겨야 한다. 진정 경제를 살리려면 확장 재정보다는 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오기보다 겸손, 분열보다 통합, 힘에만 의존하는 통치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치중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 → 혁신적 포용 국가 → 평화 경제 →공정 사회 구축과 같이 수시로 국가 어젠다를 바꾸기보다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역사로부터 평가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편집자 주: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