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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2
2019년 10월 31일(목) 04:50
대학 졸업 후 친구 몇몇이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도 오로지 법전만 파고 살았던 이들은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3~5년 만에 ‘바늘구멍’을 모두 통과했다.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 들어감과 동시에 이들은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됐을 정도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곳곳에서 ‘맞선’ 요청도 빗발쳤다.

합격자들은 사법연수원에서도 경쟁을 계속하고, 졸업 후에는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을 합산한 순위에 따라 판사·검사·변호사가 됐다. 2000년대 들어 성적 우수자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유명 로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 순서는 유지되고 있다. 판사·검사는 사법 권력을 갖게 되고 퇴임하면 너무도 당연한 ‘전관예우’로 엄청난 부를 누릴 수도 있다. 2년 전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대체되면서 ‘없는 자’의 출셋길은 더더욱 좁아졌지만, 이 같은 추세는 여전하고 거기에 세습까지 더해졌다.

판사는 일단 기소된 사건에 대해 변호사가 참여하는 공개 재판을 한다. 3심 제도를 통해 나름 검증을 거치는 독립기구다. 반면 검사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원칙에 의해 상명하복해야 하는 권력기관 검찰의 일원이다. 수사권과 함께 독점적인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은 과거 군사정권에서는 정권의 충견이나 시녀로 불리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및 그 가족과 관련된 논란을 떠나, 지금의 검찰은 어느 정권에서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정부 조직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견제와 감시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쓴 기자를 검찰에 고소하거나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보기에 따라 다소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등 그 전조도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언제나 검찰은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만 정당성을 얻는다는 점이다. 검찰 자신에게는 법과 원칙을 더욱 추상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 역시 두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