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미군의 지상군 역할을 하며 IS(이슬람국가)와 맞서 싸웠던 쿠르드족이 터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미국이 ‘엄청난 돈이 든다’는 이유로 쿠르드 ‘동맹’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시리아 철군을 한 게 원인이 됐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미국과 ‘동맹’을 맺고 중동 지역에서 미군과 함께 IS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사실상 총알받이 역할을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망한 쿠르드족 전사자만 1만100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 민병대는 IS가 지배했던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요충지를 모두 점령하고 사실상 자치를 누려 왔다. 그러면서 수 세기 동안 이루지 못했던 ‘독립국 건설’이라는 꿈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독립국 건설은커녕 군사 대국인 터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민족의 운명마저 알 수 없는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다. 쿠르드족은 20세기 초부터 국가를 세우거나 자치정부를 만들기 위해 온갖 애를 써 왔지만, 강대국에 의해 이용만 당한 뒤 ‘토사구팽’ 당하는 비운의 역사를 가졌다.

이에 쿠르드족은 동맹을 깬 미국을 버리고 한때 적으로 대립했던 시리아·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터키에 대응하고 있다. 동맹은 여러 국가들이 힘을 모아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한 국제 정치상의 제휴 관계를 말한다. 여기에는 국가 간 신뢰가 바탕이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은 쉽다’고 말해 그의 동맹관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동맹의 문제마저도 비용적 차원에서 접근, 전통적 우방 및 혈맹의 가치를 폄훼해 온 만큼 향후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압박 및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 등이 ‘트럼프식 동맹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미 동맹의 경우 군사동맹의 최고 단계인 연합사 체제를 40년 이상 유지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여전히 굳건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한미 충돌 국면이 진행 중인 만큼 한미 동맹 관리는 더욱 세심하고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