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35세 안팎이던 조선시대에는 장수를 기념하는 축하연을 성대하게 치렀다. 70세가 넘은 정 2품 이상 고위 관료 출신들을 위해 국립 경로당에 해당하는 ‘기로소’(耆老所)를 운영했고 매년 삼짇날(음력 3월3일)과 중양절(음력 9월9일)에는 기로연이란 잔치를 벌였다. 기로연에서 임금은 고령의 원로들에게 술과 전답·염전·노비 등을 하사했다. 70세가 되면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불문율이었지만 임금이 더 붙잡아 두고 싶은 신하에겐 국정을 도와 달라는 취지로 의자와 지팡이를 내렸다.

고령자에 대한 예우는 평민이나 심지어 노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양로연 제도를 만들어 노비라도 80살이 넘으면 정부에서 잔치를 열어 주었다. 양로연은 세종대왕 이후 국상이나 흉년을 제외하곤 웬만해서는 중단하지 않을 정도로 정부가 신경을 쓴 국가 중대사였다. 100살 이상이면 1년치 쌀과 함께 매달 술과 고기를, 90살을 넘으면 매년 술·고기·술잔을 주었다. 80살에는 지방관이 축하연을 베풀어 주었다.

장수를 기념하는 선물로는 청려장(靑藜杖)이란 지팡이가 많이 쓰였다. 명아주라는 한해살이 식물로 만든 지팡이인데 본초강목에 따르면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50세가 되면 자식이 아버지에게 가장(家杖)이란 이름으로 청려장을 선물했고, 60세가 되면 마을에서 향장(鄕杖)을, 70세 때는 나라에서 국장(國杖)을, 80세가 되었을 때는 임금이 조장(朝杖)이란 이름으로 청려장을 하사했다.

대한민국에서도 1992년부터 10월 2일 노인의 날에 100세를 맞이하는 노인에게 대통령이 청려장을 수여하고 있다. 광주에서 만든 청려장이 12년째 정부에 납품되고 있다고 한다. 남구 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들이 남구 대촌동에서 재배한 명아주로 1년에 2000여 개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도 1550개를 전국 17개 시·도에 보냈는데, 노인의 날 100세 노인들을 비롯해 장수 어르신들의 손에 쥐어질 예정이다. ‘백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청려장을 받는다는 건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