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복잡하다. ‘이거다 저거다, 옳다 그르다’로 일도양단하기가 쉽지 않다. 동전처럼 서로 다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가 하면, 양파처럼 까도 까도 속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의 유서 깊은 종교 자이나교에서는 ‘인간은 그 누구든 결코 사물의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사물을 보는 다양한 방식과 실재를 경험하는 다양한 모습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네칸타바다’ 즉 비절대주의(非絶對主義) 원칙으로 불리는 이 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이나교에서는 코끼리 한 마리를 손으로 더듬어 묘사한 여섯 맹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맹인들은 “코끼리가 기둥 같다(다리), 밧줄 같다(꼬리), 부채 같다(귀), 벽 같다(배), 파이프 같다(상아), 나뭇가지 같다(코)”라며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다. 잘 알려진 대로 스승은 “다 옳은 이야기지만, 모두 전체가 아니라 한 부분만 파악했다”고 조언해 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으로 온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시끄럽다. 각종 매체를 통해 걸러지고 왜곡된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는 국민으로선 진상 파악에 필요한 정확하고도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견을 가진 여섯 맹인의 이야기는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고집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스승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맹인들이 ‘자신이 보는 것이 전체 그림’이라거나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스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이슈에는 불가피하게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마련이다.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논란은 어느 방향이든 대단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더 이상의 분열은 국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논란이 마무리되어 국내외 산적한 현안에 국론이 집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