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축제를 앞둔 전남지역 자치단체가 딜레마에 빠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잇따라 발병하는 등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다.

오래 전 확정된 축제인 만큼 치러야 할 지, 확산 방지를 위해 연기해야할 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축산 농업인들의 모임조차 금지한 점을 고려하면 전남도와 일선 시·군이 ‘엇박자’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담양군은 오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예정된 ‘제 8회 담양한우축제’를 취소키로 했다. 예방 소독과 차단 방역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축산농가 모임도 전면 금지한 상황에서 많은 축산인들이 모이는 행사를 개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게 담양군 판단이다.

광주시교육청도 오는 21일로 예정된 광주 평화통일 열차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청소년 300여명이 기차로 도라산역까지 이동하는 프로그램인데, 열차 도착지이자 주요 방문지인 경기 파주에서 ASF가 발생한 만큼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를 미루기로 했다.

광주 광산구도 9·19 선언 1주년을 기념해 오는 20일 예정한 제 2회 광산 통일 열차 운행을 취소했다.

반면, 광양숯불구이축제는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광양읍 서천변 일대에서 계획대로 치러진다. 정부가 소독·차단 방역을 위해 축산 농가 모임을 금지한 것과 달리, 축산인들을 비롯, 1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e-모빌리티 엑스포 산업전시회’는 예정대로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영광에서 치러진다. 오래전 기획된 행사인 만큼 고심 끝에 치르기로 했다는 게 전남도 입장이다.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도 애초 계획대로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치르는 것으로 확정됐다. 여수에서 열리는 ‘2019 국제 섬 포럼’과 금오도 섬 투어도 25일부터 3일간 계획대로 열린다.

폐사율이 100%인데도, 치료제가 없어 만약을 대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조차 자제토록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지역민들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엇박자’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포에 떨고 있는 양돈농가들과의 ‘온도차’도 감지된다. 다만, 순천시측은 최근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감안해 주최측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주관부서인 전남도, 한국생산성본부 등과 예방 대책을 논의중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